소문으로 떠돌던 조선일보 온라인 대응 자회사 설립

기존 이슈 대응 724팀 개편… 9명 규모로 운영, 외부 인력 충원 주용중 편집국장 "디지털 감각의 젊은 사람 채용" 내부선 "클릭수 좇나" "불가피" "과거 비슷한 조직 있다가 사라져" 우려도

2021-05-21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가 온라인 이슈 대응에 주력하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지난해 3월 출범해 조선닷컴 페이지뷰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724팀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것이다.

20일자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주용중 편집국장은 노조 인터뷰에서 새 회사 출범 시기에 “빠르면 6월 중순쯤”이라며 “(자회사 설립은) 우리 회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주 국장은 “724팀이 그동안 우리 전체 PV(페이지뷰)에서 담당한 역할이 상당했다. 그 역할을 좀더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인터넷 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독자 관심을 받지만 기존 편집국 부서들이 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다. 새로 만드는 회사에는 그런 분야 뉴스를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포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주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도 이런 뉴스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며 “단독 기사와 각 출입처 관련 심층 기사를 쓰는 편집국이 새 회사와 융합해 더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조선일보 내 724팀은 9명으로 꾸려졌다. 새 회사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3층 편집국장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주 국장은 새 회사 인력 충원에 “디지털 뉴스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있는 젊은 사람들을 뽑을 것”이라며 “(현재 724팀 구성원의 경우) 기존 편집국 부서로 인사가 날 것이다. 724팀 인원이 편집국 각 부서로 돌아가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편집국에서 새 회사로 가는 인원은 대표 1명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새 자회사 대표는 장상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이 맡을 것으로 내부서 관측되나 인사 발령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 국장은 새 회사에서 작성한 기사는 온라인에 ‘조선일보’ 이름으로 발행된다면서 “이를 두고 자회사 콘텐츠 질을 우리가 얼마나 신뢰하고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과도기이고 현재로서는 (새 회사를 만드는)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이번 자회사 설립에 여러 평가가 확인된다. 기자들은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클릭 수만 좇는 기사가 조선닷컴을 도배하고, 기존 부서 업무는 또 그 업무대로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724팀에서 나눠 가졌던 속보 기능이 사라지면 각 부서 속보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루 종일 속보 쓰고 지면 기사 쓰다 퇴근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디지털뉴스부, 디지털뉴스본부, 프리미엄뉴스부, 조선비즈와 협업, 724팀까지 숱한 디지털 관련 조직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며 “새 조직은 새 목표를 갖고 나아가야겠지만 과거 비슷한 목표를 가졌던 조직이 왜 결국 없어졌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번 기회에 디지털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해 편집국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주 국장은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새 회사가 속보를 아예 안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속보 뉴스는 편집국 각 부서에서 책임지는 구조로 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자들이 앞으로는 디지털 기사를 ‘부담’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본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고 디지털 기사를 본업으로 여길 수 있도록, 그러면서 온라인과 지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장부터 일선 기자까지 근무 시스템에 변화를 주려고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