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도 강효상처럼 한미정상 통화 공개? '기밀' 없었다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이미 청와대가 밝힌 내용… 한국당 "왜 강효상만 불법이냐"

2019-05-25     강성원 기자

조선일보가 24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뿐만 아니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 전 의원이 지난해 1월8일 MBN 시사토크 프로그램 ‘판도라’에 출연해 당시 청와대가 밝히지 않은 내용까지 말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조선일보는 “방송 4일 전(1월4일)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은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요약한 것일 뿐 정 전 의원이 말한 녹취나 로데이터로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중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부분은 정 전 의원이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한 것을 내가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로 다 받아봤다”면서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좀 평창 올림픽 기간에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니까 트럼프가 금방 들어줘요”라고 말한 부분이다.

하지만 함께 출연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녹음을 받았느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녹음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녹취(록)”라고 정정했다. 배철수 진행자가 “이거 2급 비밀 아니냐?”고 묻는 장면에선 ‘※이미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내용입니다’라는 방송 자막이 나갔다. 

지난해 1월8일 MBN ‘판도라’ 방송 화면 갈무리.

실제로 정 전 의원의 발언은 이미 청와대에서 서면 브리핑 등으로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모두 전달해 기사화된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기사와 달리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에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시면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셔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이고, 이를 전한 언론 기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윤 전 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 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이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말하기를)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강경하게 나온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서 화해 제스처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다(라고 했다)”라고 한 부분도 청와대가 브리핑한 내용이다. 

윤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두고 트위터에 “실패한 한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확고하고 강하며, 또 강한 의지로 북한에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남북 대화가 마련될 수 있었겠느냐”며 “바보들아, 하지만 회담은 좋은 거야(Fools, but talks are a good thing!)”라고 적었다.

이처럼 정 전 의원의 ‘공개했다’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은 청와대와 언론에서 이미 전한 내용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강효상 의원을 외교상 기밀 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정 전 의원의 발언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주장대로 정 전 의원이 정말 한미 정상 간 통화 녹취록 원본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은 명확히 확인된 데 반해 정 전 의원이 봤다는 녹취록 출처는 불명확하다. 정 전 의원이 방송에서 말한 내용도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정 전 의원은 현재까지 한미 정상 통화 녹취록 입수 의혹을 묻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스스로 통화녹취 전체를 입수했다던 정 전 의원의 자랑은 합법이고, 청와대가 거짓말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던 강 의원의 비판은 불법인가. 적반하장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