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방사능이라고 생각해보자
[이헌석의 원전비평]
이처럼 혼란이 계속되면 항상 근거 없는 속설이나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보수 야당과 핵산업계의 주장이다. 그간 많은 언론들이 팩트 체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도 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라고 하지만 핵발전소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고,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가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이와 같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주장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보수 언론이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국내 언론은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중국에 주목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것이 중국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되겠냐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중국 해안선을 따라 무려 100여개의 핵발전소가 늘어선 그래픽을 게재하며 중국의 사고 위험을 강조했다. 2011년 당시 13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던 중국은 이제 46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세계 3위 핵발전 강국이 되었다. 다행히 2016년 이후 핵발전소 허가는 중단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핵발전소 11기를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서해 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가까운 핵발전소는 인천에서 약 4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고 발생시 불과 3일이면 우리나라에 방사성 물질이 도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 핵발전소 안전에 대해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이후 EU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등 안전 점검을 진행하거나 규제 가이드라인 강화하는 등 작업을 진행했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엔 이러한 제도가 아예 없다.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락 채널 정도가 전부이며, 실제 사고 발생 시 이런 채널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중대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혼란을 겪는 것은 국내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이다.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한 고리-신고리 핵발전소에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도 모두 9기의 핵발전소가 운영·건설 중에 있다. 반경 30km에 무려 340만 명이 살고 있다. 서해안 전남 영광군엔 6기의 핵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여기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편서풍의 영향으로 전남·전북은 물론 충청·경상권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