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문 PD수첩 PD "제 안위 때문이라도 방용훈 압박 발언 공개"
[인터뷰] MBC PD수첩, 방용훈 사장 부인의 자살 사건 재조명 화제… 서정문 PD "자료 쌓이면 추가 보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의 자살 사건을 다룬 지난 5일 MBC PD수첩 보도가 파장을 낳고 있다.
방용훈 사장(이하 방 사장) 부인 이미란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한 뒤 변사체로 발견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의문이 컸다. 방 사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친동생이자 조선일보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MBC PD수첩은 이씨 죽음을 둘러싼 방 사장 일가의 갈등을 직격하며 공분을 일으켰다. 생전 이씨에 대한 방 사장의 폭력 행위 관련 증언,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 이씨를 강제로 집에서 내쫓은 자녀들의 패륜 행위와 폭언, 이씨 자살 이후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이씨 친언니 집을 침입했던 방 사장과 아들의 CCTV 영상 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방 사장 부자의 주거침입 사건에서도 방 사장 측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한 검·경에 수사 외압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사건에서 검·경은 방 사장이 술 취한 큰 아들을 말리러 간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의 아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날 PD수첩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가구 시청률은 7.1%(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 시청률이다. 방송 직후와 6일 오전까지 '방용훈' 이름 석 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방 사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주목한 방송 장면 가운데 하나는 서정문 PD수첩 PD에 대한 방 사장의 협박성 발언이었다. 방 사장은 서 PD에게 "그렇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며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연출한 서 PD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 사장의 압박성 발언은) 개인적으로 독특했던 취재 경험"이라며 "취재 당시 강한 압박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후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또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PD와 일문일답이다.
- 시청자들 반응이 폭발적이다. 예상했나?"아무래도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관한 이야기라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실제 확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청와대 청원까지 하실 정도로 관심 있게 보셨다면 제작자로서 보람된 일,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 방송 이후 서 PD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방용훈 사장의 압박성 발언 때문이다.
"방 사장과 길게 통화했다. 협박성 발언도 있었고 자기 해명을 죽 늘어놓는 발언도 있었다.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식의 방 사장 발언과 반응은 개인적으로 독특했다. 취재하면서 여러 통화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강한 압박으로 느꼈다면 지금 숨어있거나 조용히 지내야 하는 건데….(웃음) 방송 이후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또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도 해당 발언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 취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16년 이미란씨 어머니, 즉 방 사장의 장모 편지가 온라인에서 떠돌았다.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 편지 진위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땐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갔는데 지난해 7월 PD수첩이 장자연 사건을 다루면서 이씨 유족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나를 포함해 여러 분들이 이 사건을 단순 재벌 가정사로 생각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 불법 행위가 심각하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갈등이 있다고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를 내쫓거나 그 가족이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이씨의 친정을 찾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 아닌가. 무엇보다 형사 사법 기관이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사를 전개했고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다. 취재해야 할 이유를 찾은 거다."
-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외압을 의심하나?"방용훈 사장이 부인 이씨의 친언니 집을 침입한 행위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해당 CCTV 영상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준 까닭이다. 수사기관은 방 사장이 아들을 말렸다며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했는데, 만나본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수사가 이상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짜 대충 수사했거나 실수했거나. 실수를 하고 싶어도 그렇게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남은 건 '수사기관의 정무적 판단'인데 외압과 청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무릎을 꿇은 건데….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유리한 수사 결과였다."
- 추가 취재 계획은?
"자료가 더 쌓이면 해볼 생각이다. 아직 못한 이야기가 있다. 자료가 더 쌓이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큰 사건일수록 PD들 압박은 커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신다면, 앞으로도 PD수첩은 성역 없는 취재를 보여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