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불법이지만 건설은 해도 된다?
그린피스 등이 낸 건설허가취소소송서 서울행정법원, 이례적 '사정판결'로 원안위에 '면죄부'…항소 제기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14일 선고공판에서 결격사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건설승인 과정에 참여했고,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중대사고 고시를 누락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공사 중지는 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법 규정에 따라 '사정판결'을 선고했다. 위법이지만 취소하는 게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면 말 그대로 사정상 처분은 취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건설을 중단할 경우 예상손실이 1조원인 반면 위법사유는 보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17년 공사가 중단됐으나 공론화위원회 결정으로 건설이 재개되며 2024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피고측이었던 원안위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줄곧 핵발전소 가동을 주장해온 매일경제신문은 15일자 지면에서 "신고리 5·6호기 위기모면"이란 제목의 기사로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15일 논평에서 "술은 마셨지만 직업을 잃을 우려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처벌하지는 않겠다라는 식의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의 생명에 대한 안전보다 건설업체의 돈벌이를 우선으로 한 사법부의 판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영희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100% 건설한 원전도 가동을 안 한 경우도 있다. (건설 중단) 손실이 1조원이라고 했지만 안전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사법부 판단이 법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책무마저 관례적으로 등한시해 온 원안위에 경종을 울리는 대신 오히려 힘을 실어준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