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단식' 조롱이 민주노총 소속 기자들 탓?

[팩트체크] 민주노총 非조합원인 조선·중앙·동아일보 기자들도 릴레이 단식에 "고질적 무개념" 한국당 비판

2019-01-28     정철운 기자

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원내부대표)이 2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시작된 릴레이 단식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이 희화화는데 그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인 기자들이 그것에만 조롱하듯이 하는데 이거 잘못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기자들 다 민주노총 조합원이지 않냐. 기자 KBS 등 어떤 소속으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행동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며 최근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을 향한 조롱·풍자가 마치 민주노총의 의도적인 여론몰이인양 주장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그런 기사를 많이 썼다"고 반박했지만 정 의원은 오히려 "우리가 왜 사과를 하나. 기자들이 사과를 해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의원 주장은 사실일까.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조선·중앙·동아일보 28일자 지면을 보자.

▲ 자유한국당 '릴레이 단식' 관련 28일자 조중동 지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은 이날 "'자폭 투쟁' 벌이는 한국당"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쯤 되면 대여 투쟁이 아니라 자폭 투쟁이라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라며 릴레이 단식을 두고 "당내에서도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의원들이 4~5명씩 조를 짜서 국회에서 단식을 한다는데 그 시간이 5시간30분씩이다. 보통 사람들은 5~6시간에 한 번씩 끼니를 해결하니 '단식 쇼'에 가깝다"고 적었다. 최승현 차장은 "'릴레이 다이어트', '웰빙 단식'이란 조롱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일보 5면 톱기사 제목은 "조롱거리 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이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단식? 자유한국당의 고질적인 무개념"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국민감정이나 상식과는 동떨어진 한심한 일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가리켜 "단식 개그란 조롱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단식은 합법적 수단으론 도저히 권력에 맞설 수 없던 시절, 정권에 대항하던 수단이었다. 어떤 절박함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이벤트를 단식으로 포장한 한국당의 고질적 무개념에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성지원 중앙일보 기자는 "5시간30분 밥 안 먹는 '얼치기 단식'"이란 제목의 취재일기를 통해 릴레이 단식을 두고 "기껏해야 한 끼 건너뛰는 것을 단식 투쟁으로 포장하려 한 한국당 지도부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의원들도 문제의식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당직자 발언을 인용해 "현 정권이 저리 헤매지만 우리 당도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정연욱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5시간30분 단식"이란 제목의 '횡설수설' 칼럼에서 "점심을 낮 12시, 저녁을 오후 7시에 먹어도 6시간 정도 비는 데 5시간30분에 단식이란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한 뒤 "뒤늦게 논란을 의식한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 농성 명칭에서 단식이란 표현을 뺐다"고 전했다. 이어 "여권의 지지율이 꺾이는데도 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못 챙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당의 웰빙 체질, 참 안 바뀐다"고 적었다.

이 같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논조에서 알 수 있듯이 '릴레이 단식' 논란은 한국당이 자초했다. 정유섭 의원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조중동의 논조마저 '민주노총' 조합원 소속 기자들의 영향이라고 주장할 셈인가. 한국당의 '기승전-민주노총' 프레임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오늘 발언은 전국언론노조에 소속된 수많은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며, 더불어 조중동 기자들까지 모욕한 것과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정신 차리길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