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일보, 탄력근로제 조사결과 비틀어

단위기간 3개월인 상태에서 실시한 실태조사를 단위기간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

2018-12-21     이정호 기자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이를 6개월에서 1년쯤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20일 발표한 '탄력근로제 활용실태 조사결과'는 재계의 주장과 많이 달랐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9~11월까지 5인 이상 기업 243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3.2%(138개)에 불과했다. 노동자 숫자로 봐도 전체의 4.3%만 탄력근로제를 적용받고 있었다.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도 3.8%에 불과했다.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탄력근로 꼭 확대해야 한다더니 도입기업 3.2%, 도입계획도 3.8%

실태 조사결과 재계 요구의 핵심인 단위기간 확대에도 다른 해석이 나왔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1/3(34.9%)만 법정 최대치인 3개월을 단위기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단위기간이 '2주 이하'인 기업도 28.9%에 달했다.

기업에 직접 물어본 결과 현행 단위기간 '3개월'로도 지난 6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에 큰 어려움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75.7%에 달했다. 이는 그동안 재계와 보수언론의 빗발치는 단위기간 확대 요구와 상반된다.

기업에게 탄력근로제의 개선점을 물은 결과 단위기간 확대(3.5%)보다는 근로시간 사전특정 요건 완화(24.6%)와 임금 보전의무 완화(1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역시 단위기간 확대만이 살 길이라던 재계의 주장과 달랐다. '근로시간 사전특정 완화'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미리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을 지정해 줘야 하는데 이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거다.

다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재계 요구와 같이 '단위기간 확대'(17.6%)를 3순위 정도의 개선과제라고 꼽았다.

동아·조선일보, 탄력근로제 조사결과 엉뚱하게 비틀어

▲ 동아일보 21일자 10면.
▲ 조선일보 21일자 3면.
노동연구원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 21일자 신문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온 노동시간 확대와 임금 하락이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동아일보는 21일자 10면에 '탄력근로 기업 임금 안 줄어… 노동계 주장과 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21일자 3면에 '고용부, 탄력근로 확대 안된다더니 근로시간 안 늘고 임금 안 줄어든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노동연구원 조사결과에도 두 신문이 인용한 내용이 들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단위기간이 최대 3개월인 상태에서 실시한 실태조사다. 때문에 큰 폭의 노동시간 확대나 임금 하락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 조사결과를 단위기간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한겨레신문 21일자 8면.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로 유지해도 기업들이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데 대부분 애로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경향신문 21일자 3면.

한겨레는 21일자 8면에 '기업 76% 현 탄력근로제로 주52시간 대응 가능'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경향신문은 21일자 3면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기업 중 단위기간 확대 요구는 3.5% 불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 작은제목에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 제기는 주로 대기업'이라고 달아 조사결과를 정직하게 인용했다.

▲ 한국일보 21일자 10면.
한편 한국일보는 21일자 10면에 '탄력근로 도입 기업들, 단위기간 확대가 급한 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한국일보는 이미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재계의 주장처럼 단위기간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근로시간 사전특정 요건 완화나 임금보전 국가지원 등 다른 개선책을 더 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노동연구원 조사결과를 충실하게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