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결재한 걸 사원이 점수 바꿔" MBC 인사 구멍
MBC, '직급제 슬림화' 시작으로 승진 제도 개편… 전(前) MBC 경영진, 승진 제도 악용
지난 정권에서 MBC는 인사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직원을 언론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최저 등급으로 낮추거나, 부사장이 결재한 인사 시스템에 일개 사원이 접속해 평가 점수를 바꾸는 등 인사관리에 구멍이 뚫렸던 걸로 드러났다.
3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MBC 대주주)에 출석한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은 "감사결과 인사 규정에 없는 불법행위로 승진 대상자를 정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준 사례가 발견됐다"고 했다. MBC 감사국은 검찰이 지난해 MBC 과거 경영진을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한 점을 고려해 승진제도 문제를 살펴보고자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조 본부장은 감사결과 "승진 대상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인사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최저 등급을 받았다"며 "심지어 부사장이 결재한 인사 시스템에 일개 사원이 접속해 평가 점수를 바꾼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관련 증거들이 인멸돼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예컨대 입사 2년차에 특별 승진한 A사원이 어떤 근거로 승진했는지 공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승진자 대신 배제 명단만 남는 사례도 있었다.
조 본부장은 "인사위 일부 기록에는 '자료를 파쇄하라'고도 돼 있었다. 모든 기록이 남아 있었다면 원상회복을 시켰겠지만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한편 MBC는 직급 체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다. MBC는 이달 1일부터 전 사원에게 사원(10년 이하), 차장(10년 이상), 부장(20년 이상), 국장(30년 이상) 직급을 부여했다. '차장급', '부장급' 등 각 직급 사이에 뒀던 '대우' 급을 없앴다. MBC 전 직원 가운데 직급제 적용 가능자는 1400여 명이었다. MBC는 이들 1400여 명에게 직급제를 적용한 결과 600여 명의 직급이 바뀌었다. 직급제 개편 취지는 '조직 슬림화'를 통한 왜곡된 인사제도 개선이다.
일부 이사들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한 직급제가 조직 운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동 이사는 이날 "잘못된 행위를 한 사람과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이 동일한 취급을 받으면 조직이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과거 MBC에서 상식적인 경영이 이뤄졌다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직급제 개편은 과거 적폐를 청산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객관적인 승진 평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