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파문과 장충기 문자
[미디어오늘 1140호 사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사퇴했다. 그는 전 수행비서를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이 사과와 도지사 사퇴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당일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지지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다. 더구나 그는 '미투' 운동이 확산된 지난달 25일에도 피해자인 정무비서에게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우리 사회 개혁과 진보를 주장해 온 대표적 차세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주는 충격은 한동안 우리 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언론보도 행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현재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 말고도 언론이 주목해야 할 사안은 많다. 대북 특사와 관련된 북미 회담 개최 여부,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장충기 문자' 파문 등등.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 다른 사안은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유독 '장충기 문자' 파문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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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대기업의 문제점과 폐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언론사 간부가 삼성그룹 고위간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종일관 저자세를 보였다. 이 모든 것이 광고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장충기 문자' 파문은 상당수 언론이 침묵하면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 언론이 얼마나 삼성에 굴욕적인지는 이미 '이재용 2심 재판' 관련 보도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경제지를 중심으로 많은 언론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이재용 이제는 앞만 보고 뛰어라', '삼성의 미소, 국가경제 웃음으로 이어져야', '삼성은 심기일전해서 글로벌 정도 경영에 매진하길'과 같은 사설을 내보냈다. '삼성 홍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언론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를 걱정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성되는 게 아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기승을 부린다. 자신들의 치부에 대해선 모른 척으로 일관하면서 다른 분야 문제점만 들추는 현재 언론 모습이 딱 그렇다. 음모론의 진원지가 언론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