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때 KBS 앵커 조수빈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자리"

한 대학생 강연회에서 13년차 KBS아나운서로서 심경 밝혀

2018-01-17     이치열 기자

조수빈 KBS 아나운서 (전 KBS 아홉시뉴스 앵커)가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KBS 13년차 아나운서로서 요즘 느끼는 점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했다.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에서 올해로 10년째 열고 있는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이어 세 번째 강연자로 무대에 선 조수빈 아나운서는 200여명의 언론인,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대학생과 일반 대학생 참가자들 앞에서 KBS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방법, 현재 미디어 업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약 한 시간 동안 강의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보수 성향 이명박 정권에서 KBS 뉴스의 간판으로 활약했었고, 박근혜 정권까지 10년을 보낸 후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그 당시에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자리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제가 대단한 사람? 뭔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조 씨는 "(아홉시뉴스 앵커를 할 당시) 내가 잘 몰랐구나. 세상을 반쪽만 보지는 않았고 나도 여러 부분을 다 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지 않았나해서 아쉽습니다. 더 잘하기에는 내가 능력이 많이 부족했구나..."라고 말했다.

조 씨는 (당시 KBS에서) "내가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할지를 선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 때 아홉시 뉴스를 할지, 박근혜(대통령) 때 할지 이명박 때 할지, 선택을 못하는데 나에게 그런(아홉시뉴스 앵커의) 기회가 주어졌어요. 안하시겠습니까? 그건 아니쟎아요? 그 당시 저의 생각은 KBS 기자들이 만들어오는 뉴스를 믿었, 엄청나게... 앵커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신뢰를 하고 거기에 누가 되지 않는. 나는 돋보이고자 하는 뉴스를 만들지 않았고,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 온 뉴스를 누가 되지 않게하는데 더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애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조수빈 아나운서는 언론 선진국들의 예를 들며, 젊은 여자 앵커를 선호하는 한국 방송사의 관행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후반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맡게 된 KBS 아홉시뉴스 앵커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며 당시 자신의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은 젊은 여자 앵커를 선호하던 시대에 KBS에 입사했기 때문에 앵커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지나고 보니 많은 KBS 뉴스프로그램 중 하나쯤은 경륜이 풍부한 50대 여성 앵커가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이 생겼을 때 미국뉴스처럼 단순히 얼굴마담격이 아닌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을 겸하는 보도에 대한 실권이 있는 여자 단독앵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지금은 과도기 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언론인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에게 말해주신다면?'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수빈 아나운서는 "이 질문은 약간 패스를 하고 싶은게, 제가 생각했던 공영방송인의 자세는 '팩트로만 말한다' 였어요."라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조 씨는 자신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의 사원이기에 앵커일 때는 어떤 정치적인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그렇게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현재 KBS에는 파업하는 노조와 파업하지 않는 두 노조가 있다고 대학생들에게 설명하며 자신도 현재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우며 몇 년이 더 지나봐야 자신의 입장이 명확해 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마지막으로 종편진출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수빈 아나운서는 "하고 싶은데, 안받아줄 것 같아요.(웃음)"라고 말했다. 그는 KBS에 다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지만 아나운서들이 하고 싶어하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특히 자신이 아홉시뉴스 앵커를 하던 당시 폐지됐던 '시사투나잇'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공격을 많이 받긴 했지만 포맷 자체는 매우 신선했고 아나운서들이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자신이 둘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 했던 '글로벌정보쇼 세계인'도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은 질문과 대답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