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재난 영화 '판도라'
사유는 '정부비판적 내용' '노무현 지지 배우'… 문체부 관계자 "영진위원 과반이 김종덕 라인… 지원배제 의결 수월"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가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거론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위)가 1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자회사 CAC엔터테인먼트가 원전비리와 정부책임으로 원전재난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면서 "주연배우 또한 노사모 회원인 김명민 등이므로 정부지원을 배제하고 배급사를 조정해 흥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
이 논의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업무수첩에 그대로 기재돼있다. 특검이 압수한 김 전 장관의 업무수첩엔 '※원전재난영화 - ·부산국제영화제 자회사(CAC엔터테인먼트) - ·김명민(노사모), 김영애, 정진영 - ·원전비리, 정부책임 - ·서울시, 강원도 촬영 - ·정부돈빼고/배급사조정/흥행실패' 등이 차례대로 적혀있다.
영화 판도라의 지원배제를 직접 건의한 김종국 전 영진위 부위원장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또한 우파 성향의 문화예술인 단체로 알려진 '문화미래포럼' 출신으로, 그가 2014년 12월 말 영진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될 시 문화계 내에선 '코드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임명 시점은 김 전 장관이 2014년 8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3달이 지났을 무렵이다. 2014년 12월31일 영진위 위원장엔 김세훈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가, 영진위원엔 김종국 전 부위원장을 포함해 신보경 영화 프로덕션 디자이너, 박재우 모티프알엠씨 대표 등 3명이 취임했다.
이들 모두 김 전 장관과 경력이 겹쳐 취임 당시 '김종덕 라인'으로 분류됐다. 김세훈 전 위원장은 김 전 장관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후배이자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신 전 위원은 김 전 장관이 교수로 재직했던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이다. 박 위원은 김 전 장관이 석사학위를 받은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학교를 나왔다.
블랙리스트 진상위는 "조사 결과 2014년 12월 청와대와 문체부는 영진위원장에 김세훈 교수를 임명했으며, 이후 순차적으로 김종덕 문체부 장관 라인 및 청와대 추천인사 5~6명이 위원으로 임명됐다"며 "이렇게 임명된 위원들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적극 가담하여, <자가당착>, <다이빙벨> 등 상영 예정이던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 지원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상영관 인디스페이스의 영화제 지원 배제와 관련해 문체부 담당자는 "최종적으로 9인 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김종덕 장관이 5~6명을 자신과 관련있는 사람들로 선임해 놓았기 때문에 이런 방안이 통과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문체부가 작성한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검토 항목에 1안으로 '면제 추천 취소'가, 2안으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으로 프로그램 선정 및 상영자체를 막기 어려우므로 사후조치추진'이 적혀 있다. 모두 인디스페이스에 대한 영진위 예산 지원 배제를 논의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