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원외교 적폐에도 등장하는 최경환의 수상한 만남
검찰 "하베스트 부실 인수, 최경환 면담 직후 즉흥적 결정"… 석유공사노조 "최경환은 해외자원비리 의혹 핵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최 의원이 연루된 '적폐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으로 여러 자원공기업을 파산 위기로 내몰고 있는 '자원외교 적폐' 사건에서 최 의원은 자주 입길에 오른다.
최 의원은 지난 2009년 9월 MB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10월 3조7000여억 원의 손실을 낸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인수를 이끌었다.
하지만 엄청난 국고 손실을 안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최 의원을 포함해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지난 2015년 검찰은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부실 자회사 날(NARL)를 인수해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강영원 전 석유공사장만을 기소하고 최 의원 등 윗선의 개입을 밝히지 못했다. 강 전 사장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강 전 사장은 10월18일 귀국 직후 당시 최경환 지경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나서 돌연 생각을 바꾸었다. 판결문엔 "강 전 사장은 하류사업이 석유공사의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최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나서 최 장관이 하류 부문을 포함한 하베스트 전체 인수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장관 면담 직후 정부종합청사에 동행했던 김성훈 부사장과 신유진 신규사업처장에게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나온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18일 최경환 장관을 만난 직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수 금액 4조 원이 넘는 하베스트 인수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며 "강 전 사장은 내부 검토나 의견 수렴을 통해 하베스트 인수의 적정성, 인수로 인한 손해 발생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하나, 이런 점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강 전 사장은 귀국해 최 전 장관으로부터 '신중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인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갑자기 하베스트 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서 즉시 석유공사 실무진에게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 전 장관 등 윗선의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 정부 측의 압박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31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강영원 전 사장은 최경환 전 장관을 만난 직후 하베스트 인수를 지시했음에도 검찰은 최 전 장관에 대해서는 서면질의만으로 끝냈다"며 "하베스트 인수 계약 체결 이틀 전에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인 박영준 국무차장이 참석한 에너지협력외교 회의에서 석유공사 M&A를 적극 독려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박영준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보좌관으로 오래 있었고, 2002년 이 전 대통령 서울시장 선거 땐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2차관 등을 지내 'MB의 남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반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위원장 김병수)은 5일 최 의원이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기점으로 MB정부의 해외자원비리 적폐 청산이 시작돼야 한다며 해외자원비리 의혹 핵심인 최 의원과 정권 수뇌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석유공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최 의원은 MB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명백함에도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등 수조 원의 손실로 이어진 부실 자원외교 일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영원 전 사장과 최경환 의원 등 당시 정권 수뇌부는 물론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