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안 보이는, MBC 파업 응원한 계약직인데요"
MBC 상암 사옥에 설치된 '사장 후보에게 질문 있습니다' 게시판…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개선 요구 봇물
내달 7일이면 MBC 사장 선임 절차가 완료되는 가운데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 게시판 하나가 설치됐다.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게시판은 지난 2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설치한 것이다. MBC 사옥 로비를 오가는 사내 구성원들이 사장 후보자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익명의 질문지들이 28일 여럿 부착돼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계약직들의 질문이 눈에 띄었다. 한 사원은 "파업을 응원했던 계약직입니다"라며 "파업이 끝나고 정규직들은 앞날을 찾아가는데 정작 저는 앞날이 안 보이네요"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게시자는 "프리랜서 좋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직'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정당한 임금과 노동시간을 보장해주세요"라고 적었다.
포스트잇 5장으로 "중규직 철폐"라고 적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한 게시자는 "협력직과 정규직 및 자체 계약직 등등의 업무량 차이와 급여 차이, 복지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와 같은 상황과 문제에 대해 개선해주실 생각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 직원들도 2년 계약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전환해주세요!! P.S 많은 거 바라지 않습니다"라는 요구도 있었다. 또 다른 게시자는 "'열정 페이' 다큐 만드는 스태프들이 열정 페이를 받는 상황 어떡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고 "자회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이밖에 게시판에는 "청소하는 어르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대부분 화장실에서 쉬고 계십니다"라는 요구에 "공감 1표" "왕 공감요!" "공감 1표 추가요"라는 포스트잇이 줄줄이 달리기도 했다.
한 사원은 "신입이든지 경력이든지 직원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와 관련해 "채용비리 척결! 발본색원!"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콘텐츠와 수익에 대한 문의도 적지 않았다. "MBC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신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데 어떤 프로세스를 도입하실 계획인가", "뉴미디어 시대가 온 지도 10년, MBC 수익 구조는 어떻게?", "창의적인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 조직도 등이 많습니다. 혁신적인 개선안이 있을까요?" 등이 대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