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망 사고' 노동청 조사 왜 이러나
한국타이어지회 "고용노동청, 합의 깨고 공장에 일방적 개선작업 명령… 제발 공정하게 임해라" 비판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하 고용노동청)이 전수 점검에 돌입했지만 노조와의 합의 사항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공장에 개선 작업 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및 한국타이어 노동조합(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은 26일 오후 3시15분 경 "고용노동청과 회사가 두 노조를 철저히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현장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며 항의 표시로 점검 참여 도중 공장에서 철수했다.
한국타이어지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6일 오후 3시 경 금산공장 일부 공정에서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지회 관계자는 당시 작업에 참여한 한 직원으로부터 "사측 관리자가 노동청으로부터 오전 10시 개선 작업 명령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청은 지난 22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25일부터 금산공장 전 공정을 대상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정련공정에서 일해 온 최아무개씨(33)는 지난 22일 오후 7시10분 경 고무 원단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설비에 머리 등 신체가 협착된 상태로 발견돼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로 인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는 기계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해 작동시키는 설비로, 사람이 수작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않은 장비였다. 특히 협착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와 롤러 사이 간격은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좁아 어떻게 작업 노동자의 머리 부분이 끼게 됐는지 등 사고 경위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양 노조는 고용노동청이 위반 실태 점검부터 개선 사항 도출까지 노조와 합의를 통해 절차를 진행한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용성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양 노조, 회사, 노동청이 같이 공동으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그 문제점 중 빠진게 있는지 노조와 확인하고, 회사가 그에 따라 개선안을 가져 오면 또 같이 모여서 논의하고 그 후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면서 "노동청은 오늘(26일) 오전 10시에 공장에 개선 명령을 내렸음에도 오후 1시30분 같이 회의를 할 때까지 노조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청은 회사 측에는 점검 결과 관련 자료를 제공하면서 노조 측엔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김 부지회장은 "노동청이 회사에 자료를 제공했으니 회사가 개선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면서 "노조 측엔 어떤 자료도 주지 않았다. 우리에겐 왜 주지 않느냐. 제발 공정하게 처리해달라"고 비판했다.
지회 측은 노조의 참여 및 결정권이 보장돼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된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현장 노동자가 참여해서 어떻게 고칠지 토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노동청은 법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만 (개선을)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청은 지난 22일 금산공장 노동자 협착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금산공장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23일 노동청을 방문해 노동조합의 조사 참여권을 요구했다. 고용노동청은 이를 수용해 지난 25일부터 회사 측 관계자 7명, 한국타이어노조 관계자 7명, 한국타이어지회 관계자 7명, 현장 반장급 관리자 7명 등이 참여한 합동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노동청이 한국타이어의 거듭된 산재은폐 의혹 등 안전문제를 방관해왔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산재 은폐' 최다 사업장으로 꼽혔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11건, 금산공장 7건 등 모두 18건을 기록해 29건인 에버코스주식회사 다음으로 많았다.
지회는 지난해 8월8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지난 5년 간 공식 집계된 산재 횟수가 대전공장 164명, 금산공장 148명, 중앙연구소 18명으로 330명"이라며 "시정지시 67건, 과태료 10억 309만 원, 사법처리가 14건이지만 산재신청률 자체는 1%가 안 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홍보팀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근로감독관이 시정을 명령한 부분에 대해, 감독관의 지시 하에 화요일부터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건은 고용노동청의 정기 감독이기 때문에 사고가 난 설비를 제외한 설비에 대해 감독이 진행되고 있다. 사설비에 대해서는 개선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장훈 한국타이어지회 지회장을 포함한 일부 노조 간부들은 26일 오후 5시40분 경 오복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이강영 산재예방지도과장 등과 면담을 갖고 △양 노조와의 협의 약속 이행 △노조·회사에 동등한 자료 제공 보장 △협의 후 개선작업 실시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