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유경근 선생님 말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김홍성 KBS 아나운서 "고대영 체제 끝나도 제대로 KBS 만드는 일은 우리 몫"…"이번이 마지막 기회" 끝장투쟁 다짐

2017-09-11     차현아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지지 연설에 KBS 구성원이 응답했다. 김홍성 KBS 아나운서는 11일 오전 KBS 신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 8일차 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발언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 첫 번째 지지 발언자로 나서 "여러분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세월호 참사를 왜곡 보도한 공영방송에 대해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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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장은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라 그 현장에 있던 여러분들"이라면서 "내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게 아니라 내가 또 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라고 절규했다.

▲ 김홍성 KBS 아나운서가 11일 오전 KBS 신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파업 8일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아나운서는 당시 현장에서 "(파업 이후에도) 수신료로 쾌적한 환경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 공부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개인적으로는 저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아이가 수학여행을 갔기 때문에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유경근 선생님 말씀에 눈물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우리는 그동안) A라는 사안이 있으면 이와 똑같은 B라는 사안에도 같은 분량으로 보도하는 기계적 중립에 숨어서 그동안 책임을 방기했던 것"이라며 "고대영 체제가 끝난 이후에도 약자 편에 서서 강자를 비판하는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드는 일은 우리 손에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돌마고 불금파티' 행사에서 김 아나운서는 파업 선전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차가운 외면과 무관심도 경험했다고 전했다. 김 아나운서는 "따끔한 질책보다도 KBS 파업하냐고 묻거나 아예 외면하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얼마나 KBS영향력이 떨어졌으면 파업하는지조차 모르게 됐는지…"라며 한탄했다. 

이어 김 아나운서는 '돌마고 불금파티' 당시 시민들과 맞절하는 행사에서 "촛불 든 시민들의, 한 번만 더 믿어줄테니 잘해야한다고 엄중하게 지켜보는 눈동자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참언론의 모습을 지키는 마지막 기회 다. 여기서 무너지면 우리 모두 끝난다"며 파업 동료들과 끝장투쟁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