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모른다" 최지성 "내가 했다" 삼성 "최순실 두려웠다"
'삼성 뇌물 재판' 50회 공판, '최지성 총대메기' 총수 보호 나선 듯… 이재용 '모르쇠' 설득력 의문
"대통령과 직접 독대한 사람이 피고인이다. 그런데 최지성 피고인에게 맡기고 신경을 안썼다?" (특검 측)
"지금 생각하면 혼자 오만했던 거 같기도 하고 후회스럽고 반성한다."(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혐의 대부분을 '몰랐다'고 부인했고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자신을 최종결정권자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 피고인 모두가 최 전 실장을 뇌물 공여 최종 지시자로 지목하고 나선 가운데,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과 뇌물 혐의 고리를 끊기 위해 조직적 대응을 하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50회 공판 피고인 신문에 나와 금전 지급을 결정한 보고·지시 라인 끝에 최 전 실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정유라 승마 지원' 213억 원 △재단 출연금 204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여 억 원 등 자신의 뇌물 혐의 전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최씨 소유의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 "지금까지도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은 적 없다. 특검 조사·재판과정에서 세부내용을 알게 됐다"면서 "정유라를 지원한다는 사실은 계약이 중단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이 부회장은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영재센터 지원금도 "보고받은 적 없다"고 거듭 증언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에 대해서는 "면담장소엔 내가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안 전 수석 수첩에 메모된 각종 삼성그룹 현안과 '승마·빙상 지원' 등 대통령 측 요구 대부분에 대해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같은 시기 대통령을 독대 한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재벌 총수들이 '독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언급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재단 이름은 언론보도되고 나서 처음 들었다"면서 "나에겐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독대는 이재용이, 결정은 최지성이?… '후계자' 이재용 "아무 것도 모른다"
전 미전실 간부들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며 이 부회장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총수 다음 실세인 '삼성그룹 2인자' 최 전 실장은 승마지원·재단출연·영재센터 지원 등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한 적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의견을 제시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최 전 실장은 "재직 동안 최종 의사결정은 내 책임 하에 결정됐다"며 "밖에선 이 부회장이 후계자다보니 좋은 뜻에서 총수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렇게(최종결정권자라고) 오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그룹 현안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고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담당자, 전문가들이 검토했을 것"이라면서 특히 금융지주회사 추진 건의 경우 "자세한 내용은 재판과정을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모르쇠 증언은 금전 지급 과정에 대한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부정청탁할 현안과 뇌물수수 혐의 공범인 최순실씨를 인지하지 못했고 금전 지급 과정에도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다.
공범으로 기소된 삼성그룹 임원 피고인들은 '최 전 실장 총대메기' 증언에 힘을 싣고 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은 지난달 31일 및 지난 1일 법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적 없고 최지성 실장 등에게 보고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금전 지급 이유는 "최순실이 두려웠다"
한편, 삼성 측 피고인들은 최씨 측에 금전을 지급한 이유로 최씨에 대한 두려움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룹 현안 해결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최 전 실장은 '최순실이 대통령을 이용해 삼성에게 피해줄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과거 부회장이 발언을 잘못해 (정부로부터) 곤욕을 치른 적 두어번 있다"며 "저희가 대통령의 말을 가볍게 여긴다고 오해를 받으면 어떤 곤욕을 치를런지"라고 답했다.
최 전 실장은 또한 "최씨가 사실이 아님에도 문체부 국과장을 고자질해서 대통령이 오해때문에 인사 조치했다. 우리도 승마협회 지원 제대로 안한다는 오해를 받아서 질책을 받았었다"면서 "또다른 모략에 들어가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