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계속되는 CJ E&M의 '침묵'
유가족 측 "CJ E&M, 보도자료 아닌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사과라는 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돼야 한다. 한빛이의 엄마로서 다시 한번 CJ E&M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tvN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 사건과 관련, CJ E&M 측이 "경찰 등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이 다시 한번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tvN '혼술남녀' 고 이한빛PD의 어머니 김혜영씨와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며 "유감이란 말만 되풀이했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CJ E&M의 태도를 비판했다.
고 이한빛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이대로 주저않을 수 없다"며 "아들 한빛이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CJ E&M은 인정해야 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는 "한빛이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들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CJ E&M이 '가해'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는 "이한빛 PD의 사망은 개인의 죽음이 아닌 드라마업계의 잘못된 제작 구조에서 벌어진 사회적 죽음"이라며 "이 PD의 죽음을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약한 개인의 자살로 몰아가는 tvN의 태도는 재발 방지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할 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가 있을 경우 응하겠다는 tvN의 태도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며 "tvN의 도덕적, 사회적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기에 '드라마계의 관행'이라고, '조연출은 원래 그런 거'라며 외면하지 말자"고 지적했다.
24일 CJ E&M 사옥 앞에서는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김병철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이 1인시위를 이어갔다.
내부에서는 "멘트는 홍보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CJ E&M의 한 PD는 "사건에 대한 얘기를 잘 안 한다"면서 "언제나 그렇듯 회사에 욕 한 번 하고 마는 것 같다. 회사 노동강도 높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쉬쉬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 이한빛PD 유가족과 대책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이 PD의 죽음의 이유 중 하나인 '괴롭힘과 적대적 분위기'가 있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방송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정도 근무환경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에 문제제기 하는 사람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옳은 말을 하면 분위기를 해친다고 불편해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대책위원회에서는 '드라마 노동실태 제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드라마 현장에서의 노동착취 등과 관련된 제보를 받고 있다. 대책위원회 측은 "현재 100여개에 이르는 제보가 들어왔고, 이 중에는 현재 CJ E&M의 현장 등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제보도 있다"면서 4월 중 제보사례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