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문재인의 조선일보'가 되어야 한다?
[비평] 한경오 프레임의 발화점, '언론의 기승전 문재인 죽이기' 다룬 조기숙의 신간 '왕따의 정치학'
2005~2006년 참여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친문 지지자와 박사모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문재인은 지지자에 의해 세상을 바꿀 수단으로 선택되었을 뿐,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보스로 모시지 않는다." 조기숙은 문재인 지지자들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명명하며 "역사의 진보란 이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언론계에 논란을 일으킨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프레임의 발화점인 조기숙의 주장을 신간 '왕따의 정치학'을 통해 짚어봤다.
조기숙의 한경오 프레임 밑바탕에는 조중동과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정부에 대한 신뢰보다 높은 나라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싸웠다. 대통령이 언론을 비판하면 사람들이 보도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양쪽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학교에서 언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까 대통령이 몸을 던져 언론과 싸웠다. … 지금처럼 수많은 시민이 깨어난 데에는 수십 년 앞을 내다본 노 대통령의 전투가 큰 역할을 했다."
조기숙은 "조동문이 노무현을 왜곡하기 위해 프레임을 짜면, 얼마 안 가 좌파 언론이 그대로 받아 보도하면서 진실이 되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만든 친노·비노·반노라는 분열 프레임을 진보언론이 지금까지 사용한다는 식이다. 그는 올해 초 경향신문 1월3일자 '문재인 위한 개헌 저지 보고서 비문계 등 20명 관련자 문책'이란 제목의 기사가 동아일보의 프레임을 역시 따라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독 한 사람에 대해서만은 보수와 진보가 하나가 되어 왜곡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바로 노무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진보언론을 가리켜 △우리 편에게 더 가혹한 이중 잣대를 들이 대고 △돈과 시간부족으로 보수언론 프레임을 따라가며 △운동권 주류 엘리트주의로 비주류를 무시하거나 자격지심이 있으며 △광고주 눈치를 보느라 친노·친문에 가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2012년 진보언론은 새누리당엔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놓고 문재인만 비판하는 대안 없는 칼럼이 다수 눈에 들어왔다"고 주장했으며 "오마이뉴스에선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행동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문국현을 띄웠고 조국을 띄웠고 안철수도 열심히 띄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기숙은 탈권위의 상징이 나꼼수였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논리 구조에 따라 나꼼수에서 분화된 문재인 지지 성향 정치 팟캐스트가 진보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언론과 반反문 의원들이 진정 무서워하는 건 문재인을 지지하는 당원이다. 이들이 민주당에 있는 한 어떤 선거에 나가든 쉽지 않다는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어 그들이 문재인 지지자를 강성이라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은 영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친문 지지자들은 고립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쳐야만 하는 사명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