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광고국 "정부 폭력시위 광고 게재했어야"

광고국 성명서 통해 "광고 게재 거부로 정부 입장 들을 기회 차단"…내부 구성원들 "게재거부는 적절"의견

2015-12-10     차현아 기자

정부의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의견광고를 한겨레가 게재 거부한 데에 대해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들이 비판 성명을 냈다. 의견광고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직접 듣고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에도 게재를 거부함으로써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논리다. 한겨레 내부에선 광고 게재 거부가 적절했으며 광고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광고국은 지난 7일 ‘정부의 대국민 호소문 광고 게재 거부에 대한 광고문 호소문’을 냈다. 해당 성명서는 광고국 실무진의 의견을 반영해 내부 인트라넷과 사내메일을 통해 배포됐다. 

성명서에서는 “(이번 광고가) 광고게재준칙에 어긋나는 내용도 아니었는데 심의위원회는 국민을 겁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과도한 해석으로 광고게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하지만 현 정부가 수준 이하의 인식을 갖고 있을지라도 비합법단체도 아니고 수천만명이 선택한 합법적 정부이며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정부 입장의 호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의견광고를 내겠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루는 언론사의 상식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반정부 투쟁을 하는 단체도 아니며 논조에 맞지 않는다고 정부여당을 배제하고 신문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광고가 “주요 일간지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한 광고”라며 “논조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광고를 거부하면 현 정부도 같은 이유를 들어 한겨레를 거부할 수 있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의 입장이 옳고 정부의 입장이 그를지라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볼 때 한겨레가 다른 한 편의 조선일보처럼 비춰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정부는 5일 2차 민중총궐기 전날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 등 총 30개 언론사에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의견광고로 게재요청 했다. 해당 광고는 △교육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예산 규모는 총 4억9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광고 게재를 거부해 최종 28개 신문사에만 해당 광고가 집행됐다. 

지난 4일 집행된 의견광고를 통해 정부는 지난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시위라고 단정했다.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에서도 이와 같은 불법과 폭력이 있을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엄포도 내놓았다. 특히 이번 광고는 법원 차원에서 경찰의 2차 민중총궐기 금지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직후 집행된 것으로 집회의 원천봉쇄가 어려워지자 황급히 내놓은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여론몰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해당 광고를 통해 정부는 “얼마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버스가 밧줄에 끌려 나가고, 경찰관들이 쇠파이프에 가격당하는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해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며 “정부의 정당한 법집행까지 ‘폭력진압’이라고 매도한 이들이 또다시 내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피해자인 양 ‘평화시위’ 운운하며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집행에도 응하지 않는 등 철저히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내일 서울 도심에서 또다시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거나 선동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법의 심판과 함께, 국민들의 매서운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선진적인 집회와 시위 문화를 정착시켜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광고국 명의의 성명에 대해 한겨레 광고국의 한 간부는 “정부의 의견 광고를 통해 독자들은 정부가 지나쳤다며 분개할 수도 있고, 정부가 제대로 얘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을 보고 독자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한겨레가 이를 먼저 예단하고 부적절하다며 광고를 차단함으로써 독자들이 정부 의견을 접할 기회를 없앤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오히려 한겨레 독자들이라면 이 광고를 보고 분개해서 집회에 더 많이 나갔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국 성명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견광고가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실려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한 구성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히려 이번 광고는 한겨레가 광고를 게재해 논란이 됐었던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1차 광고보다도 더 반헌법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라며 “이번 광고 게재 거부가 적절했다는 내부 의견이 더 많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의견광고 게재 원칙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점도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가 지난 10월19일 1면에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관련 의견광고를 실은 것에 대해 ‘기사와 광고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2차로 집행된 교육부 국정교과서 광고 게재 거부에 대해 “지면이 없어 게재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작 이번 정부의 폭력집회 관련 의견광고에 대해서는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싣지 않은 것은 게재 원칙에 혼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광고국 관계자는 “현재 정부 의견광고 게재 기준에 대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제정 중이다. 또한 광고에 따라 게재 원칙의 적용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