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풍자한다고 제재, 지금이 유신인가?"

국회 미방위, 민상토론·무한도전 제재한 방통심의위 질타…민상토론 외압논란 풍자

2015-07-06     금준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를 풍자하는 내용의 TV프로그램을 잇따라 제재하자 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5일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6일 전체회의에서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과 MBC <무한도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제재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9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풍자하는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특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며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 MBC <무한도전>에 대해 “메르스 예방법으로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유재석의 발언이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낙타와 염소 등을 언급하며 ‘중동지역’이라고 특정하지 않아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개그콘서트 제재가 부적절하다고 분명히 방통심의위원장에게 말했는데, 방통심의위는 그날 <무한도전>을 제재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의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인데 ‘중동’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보는 게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승희 의원은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과거 전두환 정부 때 특정 배우를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고 금지곡을 지정했다. 지금 방통심의위의 징계도 이처럼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방통심의위가 정부 비호를 자처하는 건 사실상 유신시대로 돌아가는거다. 이 문제는 국회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은 명백한 제재인 행정지도(의견제시)를 제재가 아니라고 밝혀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의견제시는 엄밀한 의미에서 제재가 아니다. 방송평가에서 패널티가 없다. 경미한 잘못에 대해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방송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민상토론’ 제재가 적절하다고 발언해 여야 간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민식 의원은 “‘민상토론’을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대처를 잘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를 잘못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균형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민식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특정 의사를 가리켜 메르스를 대거 전파했다고 공개망신을 줘 그 의사가 아직도 못 일어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이후 메르스 최전선의 의사들과 그 가족들까지 왕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상호 의원은 “사실관계와 다르다. 의사가 회복하지 못하는 게 박원순 시장의 발언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할 수 있나. 공인이 그런식으로 발언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민상토론’을 제재할 때 쟁점이 된 건 문형표 장관에 대한 인격권 침해다. 박민식 의원이 말하는 내용은 쟁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서 출연자들은 외압논란과 심의 제재를 풍자했다. 유민상이 “우리 이제 이런거 안 하면 안 되냐”라고 말하자 박영진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라고 말해 외압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유민상이 국회의원에 대한 발언을 하자 김대성은 “형(유민상)은 지금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는 발언을 했어. 좀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제재 사유를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