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권력 포기, 알고보니 청와대 작품?

포털뉴스 제휴평가위, 민병호 청와대 비서관 개입의혹… 네이버·다음 "사실무근"

2015-06-12     금준경 기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설립하기로 밝힌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정책비서관이 양대포털을 압박해 만든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대포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1일 <박근혜 정권, 사이비 언론 핑계로 포털장악에 나서나> 논평을 내고 민병호 비서관이 위원회 설립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연대는 “위원회’의 제안 과정과 운영계획을 들여다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면서 “이처럼 중대한 정책변경을 전격적으로, 그것도 1, 2위 경쟁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부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모양새다. 누군가 외부에서 그림을 그려 제안한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28일 한국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등 언론단체가 주축이 된 평가위원회에 포털뉴스 관리 권한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권한은 △과도한 어뷰징 기사 및 사이비 언론 행위에 대한 기준 마련 △신규 언론사 제휴 심사 △기존 제휴 언론사 계약해지 여부 판단 등이다.

언론연대가 민병호 비서관이 배후에 있다고 밝힌 근거는 동아일보 칼럼이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11일자 기명칼럼에 따르면 “(평가위원회 설립에)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 비서관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는 내용이 있다.

언론연대는 “네이버와 다음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청와대는 민병호 뉴미디어비서관이 왜 포털 사업자의 뉴스서비스 정책변경에 개입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또 청와대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언론연대는 “세월호 사태뿐 아니라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때도 이제는 기존 보수 매체의 여론 형성과 여론 장악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내용의 여권 관계자 발언이 담긴 <데일리안>의 보도를 전하며 “민병호 비서관에게 주어진 임무가 인터넷 여론 장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양대포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성명에서 거론된 의혹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두 포털이 자발적으로 논의해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카카오 관계자 역시 “청와대의 외압을 받은 바 없다. 포털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연대가 제기한 의혹은 ‘인터넷신문협회’가 위원회 설립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병호 비서관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인터넷신문협회 소속인 데일리안의 대표를 지냈으며 제5~6대 인터넷신문협회장을 역임했다.

한 일간지 중견 기자는 “민병호 비서관이 압력을 넣는 결과로 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현재까지 포털과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언론사인 조중동은 위원회가 설립되면 최대지분을 갖게 되더라도 지금보다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민병호 비서관이 회장으로 있었던 인터넷신문협회는 1인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 영향력보다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뉴스개편과 관련한 토론회도 인터넷신문협회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신문협회가 양대 포털이 위원회 설립을 발표하자 조중동 등이 소속된 신문협회와 조중동 등의 닷컴사가 소속된 온라인신문협회는 아직까지 위원회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인터넷신문협회는 ‘적극환영’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