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를 AIDS 연결해 비난한 누리꾼, 명예훼손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 표현에 제동"…질병관리본부, 동성애와 에이즈 관련성 낮아
법원이 동성애자를 특정해 AIDS, 환각상태 등과 연결해 공격한 누리꾼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놨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동성애와 에이즈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단체) 등 보수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했던 피고 강아무개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의 블로그에 동성애와 AIDS, 환각상태 등과 연결하며 한 인터넷신문 이아무개 기자(원고)를 공격하는 글을 수차례 게시했다.
한 예로 강씨는 “환각상태서 AIDS 감염 숨기고 성관계 동성애자, AIDS 걸린 동성애자 적발”이란 제목의 글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다니 살인 미수 아니야? 성관계 도중에 콘돔을 빼버린다더니…” 등의 내용을 올리며 이 기자의 실명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이 기자는 강씨에 대해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폭력을 유도하는 비방글을 작성해 원고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길에서 오물테러를 당하는 등 현실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고 공익적 인터넷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지난 2013년 10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부는 지난 4일 이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앞으로 원고의 실명, 이니셜, 사진 등과 함께 원고의 성적지향, 전과사실 등을 공개하거나 비방·명예훼손하는 내용의 글, 사진 등을 출판물,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에 게재하거나 유통해서는 안 된다”며 강씨가 이 기자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결정이란 사건 당사자 간 주장을 검토한 뒤 문서로 법원이 직권으로 화해를 권고하는 것으로 양 당사자 모두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민사소송이다. 법원은 앞서 1심에서도 이 기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재판부는 “동성애자 개인의 실명이나 초상을 사용해 ADIS 또는 환각상태, 성범죄 등 일반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범죄 또는 사회병리현상과 연관지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 문서로 게재하거나 제3자에게 유통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원고인 이 기자는 “동성애자를 특정해 AIDS나 마약 등과 연관지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행위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첫 사례”라며 “사회 부정적인 현상들을 동성애와 연관 짓는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와 AIDS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관계로 AIDS감염 가능성은 0.1~1% 정도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각종 자료집을 통해 “에이즈는 동성애 등 성적지향과 관련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며 “올바른 콘돔사용법을 숙지하는 경우 100%에 가까운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