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의 습격, 한국 방송시장 덮친다

중국시청자 맞춤형 제작·콘텐츠 역수입 우려… 한미 FTA 우회, 중국자본 국내 직접진출 가능성도

2015-03-07     금준경 기자

한중FTA는 ‘한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방송사가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에 맞서기 위해 재정적 기반과 콘텐츠제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갈등 봉합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한·중 FTA에 따른 방송환경 개방의 영향과 전망’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한중FTA가 우리 방송시장에 ‘기회’이기보다 ‘위기’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타결된 한중FTA 방송분야 기본협상에 따르면 △드라마·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공동제작 △방송보호기간 강화(20년->50년) △보상청구권 등이 명문화됐다. 앞으로는 부속협상을 할 예정이다.

중국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우리방송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선의 한국방송협회 정책전문위원은 “현재도 한국에서 작가와 연출가, 출연자들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나중에는 우리가 중국의 콘텐츠 제작 대행을 해주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역수입 가능성도 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팀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중국 시청자에 맞춘 콘텐츠가 우리나라로 역수입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소재, 배우, 연출 등을 중국시청자 수요에 맞춰 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실장 역시 “우리나라 방송사는 재정경쟁력이 대단히 취약하다”면서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우리 제작사입장에서는 당연히 중국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방송콘텐츠의 중국수출은 중국의 강력한 규제정책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박 팀장은 “중국은 강력한 방송산업규제정책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해외 방송콘텐츠에 관해 △드라마 25% 미만 편성 △장편 수입 제한 △사전심의 등을 하고 있다. 이 실장은 “콘텐츠 교류가 활발해야 할 인터넷망까지 중국은 상당한 규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우리는 해외방송의 재송신 승인 외에 별도 규제가 없어 비대칭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 방송콘텐츠 제작사와 방송사를 대거 소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실장은 “우리는 중국자본에 PP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려 하지만 한미 FTA는 100% 허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건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우리가 중국과 공동제작협정을 맺은 것을 교두보로 해서 중국에 방송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도 있어 이중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FTA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방송제작환경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상파 플랫폼 강화”를 강조했다. 추 총장은 “공공플랫폼에 대한 법철학적 개념 도입이 외적 환경에 대한 방어장벽으로 구축돼야 한다”면서 “조심스럽지만 수신료인상도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재논의가 돼야 한다. KBS 스스로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경제적으로 지상파와 PP가 취약하지 않다면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방송콘텐츠 정책의 대표격인 외주제작제도에 대한 평가 및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외주제작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의 심각한 갈등양상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제작을 계기로 중국에서 우리나라 외주제작사들을 많이 찾아왔는데 최근 들어 발길이 끊겼다”면서 “국회가 제작사를 말살하려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자회사 등 특수관계자의 편성 비율 제한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 도입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성주 독립제작사협회장은 “저작권을 비롯한 외주제작사의 수익기반이 취약한 환경에서 외주제작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자본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생산요소가 지금처럼 외주제작시스템에 의존될 경우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기반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다만 불공정거래, 갑을관계에서 형성되는 비합리적 부분들은 빠르게 해소돼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