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통합시청률, 방통위 누구 눈치 봐서 미루나

방통위 "닐슨이 취합 못했다" Vs 닐슨 "두 차례 제출했다"… 변수·가중치에 따라 업계 이해관계 '출렁'

2015-03-06     금준경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보고받았음에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했으며 한 차례 보완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2월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 김재철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 1월 열린 통합시청점유율 공청회에서 “2월 중으로 자료가 취합된다. 그때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통합시청점유율은 2016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시청률 집계방식이다. 실시간 TV시청 뿐 아니라 VOD,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도 시청률에 통합해 반영한다. 조사방법과 비율 등에 따라 광고단가책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 종편 및 유료방송, IPTV 등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기관에서 자료 취합을 끝내지 못해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자료를 이미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 김재철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아니라 닐슨코리아가 조사를 하는데 닐슨코리아에서 자료 취합이 끝나지 않아 결과자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3월 중순쯤 취합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닐슨코리아가 처음 하는 일이라보니 자료취합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는데, 조사결과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김 과장은 “통합시청점유율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 관계자의 말은 방통위의 입장과 달랐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이미 방통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해외출장 중이라 보고절차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 참석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장 간 상황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방통위가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후 보완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자료 부실에 따른 비판을 의식해 2월로 예정된 결과발표를 미뤄가며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월 조사를 마쳐 방통위에 보고 했는데 이후 방통위가 조사결과에 대해 일부보완을 요청해 다시 보완한 자료를 최근 제출했다”고 말했다. 보완내용에 관해 이 관계자는 “아직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디테일한 추가자료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결과자료를 단 한번도 제출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미디어다양성위원회 회의에서 통합시청점유율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방통위 김 과장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미디어다양성위원은 “통합시청점유율 관련 논의를 했으나 어제 회의 때 창구를 일원화하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통합시청점유율 기초자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한편 지상파방송, 종편 및 유료방송, IPTV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현재 통합시청점유율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방통위가 업계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IPTV업계는 통합시청점유율 도입 자체는 찬성하지만 VOD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IPTV는 보통 VOD의 시청률을 4주 정도로 측정하는데 방통위는 1주일로 한정했다. 이 경우 콘텐츠가 무료로 전환된 이후의 시청률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1월 통합시청점유율의 VOD 합산기간을 1주일로 한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상파방송은 비실시간 시청 합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상훈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차장은 “도입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실시간 시청률과 실시간이 아닌 VOD의 시청률이 합산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서 “제대로 된 조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종합편성채널과 YTN등 보도채널은 공공기관 등 옥외수신도 시청점유율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통합시청점유율이 광고 단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다. 자사에 유리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안을 도입해야 하고, 동시에 업계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