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 고교 국어교사, 해고철회 청원나선 사연

[인터뷰] "치졸한 보복성 징계… MBC 해도 너무한다"… 1300여명 서명 동참

2015-01-26     김도연 기자

“MBC 권성민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

권성민 MBC 예능PD가 해고된 다음날인 22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해고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하나가 화제였다. 스스로 ‘인호’라고 밝힌 이는 고교시절 권PD 국어교사였다. 

그는 “제자라기보다 젊은 벗으로 함께 했던 권성민 PD와의 시간들이 떠올라 그의 해고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현재 13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천안 청수고등학교 이인호(59) 선생. 이씨는 권PD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교사였다. 이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해고)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길 바라는 마음에서 청원을 시작했다”며 “응원 댓글을 남기는 분들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권PD에 대해 “나와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도 함께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며 “글이나 영화 평을 쓸 적에 성민군은 항상 예리하고 폭넓은 사유를 보여줬다. 그는 타인 말을 경청할 줄 알기에, 언론 분야에서 분명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PD는 지난 21일 해고됐다.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상황을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는 게 이유였다. MBC는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했다. 

이씨는 “정치권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며 “MBC가 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방송’이 돼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나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송사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씨와 일문일답.

- 권PD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기사를 통해 해고 소식을 들었다. 권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도 봤었다. 경인지사 발령 자체만으로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 싶었는데, 웹툰을 이유로 해고하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너무나 치졸한 보복성 징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많이 났다. 솔직한 심정은 ‘MBC가 해도 정말 너무한다’였다.”

- 권PD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린 ‘엠XX PD입니다’ 글도 읽어 봤나.

“읽어 봤다. 청원서에도 간단히 썼지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언론 불신, 기자에 대한 불신이 정말 크지 않았나. 성민군이 기자는 아니지만, 언론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성의 목소리, 자기 심경을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마음을 느꼈다.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다.”

- 해고 이후 권PD와 통화는 했나.

“이전부터 만나기로 약속했다. 권PD가 어제(25일) 우리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관련) 작품에 조언도 해주고, 다듬어 줬다. 청원서를 올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더라.”

- 권PD와는 언제 인연을 맺게 됐나.

“권PD가 고3 때니까 10년이 조금 넘었다. 글이나 영화 평을 쓸 적에 성민군은 항상 예리하고 폭넓은 사유를 보여줬다. 고3 수능이 끝나고 권PD가 교회에서 상당한 규모의 뮤지컬을 연출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 어떤 학생으로 기억에 남아 있나.

“미술, 음악, 문학, 철학 등 다방면으로 폭넓은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와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도 함께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타인 말을 경청할 줄 알기 때문에 언론 분야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 아고라에 올린 청원서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언론 민주화가 후퇴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편과 같이 매체들이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언론 공정성, 공공성을 지켜내야 하는데 국민 기대에 심히 못 미치고 있다. 상당히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언론인들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언론에 뜻을 지닌 학생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되는 것인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 MBC에게 한 말씀한다면.
 
“MBC가 그래도 사랑을 많이 받았던 방송이잖나. PD수첩을 비롯, 공영방송으로서 좋은 역할을 많이 했다. 정치권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MBC가 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방송’이 돼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나 역량있는 젊은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송사였으면 한다. 그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게 MBC가 해야 하는, 또 MBC를 위한 일이다. 그럴 때 ‘국민방송’으로 다시 사랑받지 않을까.”

- 권PD에게는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권PD가 해고된 것을 걱정하진 않는다.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친구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왔던 평범한 친구가 지나치게 노출된 점이 되레 안타깝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잘할 친구이지만 평정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 지금 그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잃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도 훗날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