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기자? 홍보실 아니라 독자들에게 물어봐라"

[한국의 전문기자들⑩]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전문가들과 어울리되 대중과 소통해야 "

2014-11-17     김병철 기자

미디어오늘이 ‘한국의 전문기자들’ 기획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추락하고 선정적인 이슈 경쟁과 가십성 낚시 기사가 범람하는 시대, 격동의 취재 현장에서 전문 영역을 개척하면서 뉴스의 사각지대와 이면을 파고들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추구하는 ‘진짜 기자’들을 찾아 나서는 기획입니다. <편집자 주>

IT블로거 광파리. 2013년 ‘트위터 코리아’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국내외 테크 인더스트리 동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명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쉽고 친근한 필치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 주는 분”.

‘광파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김광현 한국경제신문의 IT전문기자다. 그의 활동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그의 명함이다. 한 면엔 한국경제신문 부서, 직책 등이 담겨있고, 다른 한 면에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트위터 주소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한국 나이로 55세, 28년차 기자인 그는 2008년 블로그를 시작하고, 다음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서 이른바 대중적 ‘스타 기자’로 거듭났다. 지난 7일 기준 그는 트위터에서 약 12만명, 구글플러스에서 48000여명의 팔로워가 있다. 지난 3년여동안 블로그에는 711개의 글을 올렸다. 올해엔 줄었지만 2013년 한 해엔 무려 350개의 글을 썼다.

김 기자는 현재 IT부 소속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동시에 한국경제신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한경+(플러스)’부장을 맡고 있다. 보름에 한 번 발행하는 종이신문 섹션 ‘스마트&모바일’에는 ‘광파리의 IT이야기‘라는 기명 꼭지에 기사도 쓴다. 대중적 전문기자의 길을 개척한 그에게 전문기자가 되는 길을 물어봤다.

- 블로그,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트위터, 블로그를 모두 어떻게 운영하나.
“나는 해외 IT동향을 빨리 파악해 쉽게 전달하는 역할에 약간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우리 IT업계에 도움이 될만한 해외 정보를 찾는다. 그리고 영어를 우리말로 아주 쉽고 짧게 메모해서 구글플러스에 올린다. 엔지니어가 많은 구글플러스엔 가감 없이 다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것들을 올린다. 그걸 트위터에도 보낸다. 좁은 공간에 정리하기 어려운 내용은 블로그에 따로 쓴다.”

 

— 광파리_IT 이야기 (@kwang82) 2014년 11월 15일

- 한국경제신문의 전문기자 현황과 제도를 설명해 달라. 

"전문기자는 각 부서에 소속이 돼서 후배 데스크의 지휘를 받는다. 지금은 노동, 중소기업, 유통, 부동산, 중국, 연예, IT분야에 7명이 있다. 특별한 제도가 있는 건 아니고, 본인이 희망하고 위에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면 인사위원회를 거쳐서 주어진다. 물론 본인이 전문기자가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의견을 올려야 한다. 

온라인 매체도 워낙 많고 정보홍수 상황이다. 전문기자 제도도 중요하지만 기자의 전문화가 우리 신문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절실하다. 특히 경제신문 기자라면 국내외 경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면서 자기 전문분야에선 어느 누구와도 토론할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도 기자의 전문화에 대해 생각을 한다. 수습기자를 뽑아서 언제 내공을 쌓는가. 외부에서 검증된 사람(업계 전문가, 경력기자, 애널리스트)도 데려와서 전문화하는 게 필요하다. 내부에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금 한국경제 신문을 보면 상당히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 보도자료나 발표내용 전달만이 아니라 심층보도가 많아졌다." 

- 한국 언론사는 연공서열이 강하다. 전문기자는 부서와 업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 

"전문기자가 '올 라운드'면 진짜 난감하다. 나는 전에 방통위를 출입했는데, 자기 출입처를 갖는 게 좋다. 전문기자가 한 부서에 두 명 이상이 되는 것도 데스크(부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데스크와 전문기자가 서로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 

- 한국경제신문 정년이 어떻게 되나. 

"현재 55세지만, 우리나라 정년이 전반적으로 60세가 되는 추세니까, 회사도 나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정년 60세 시대엔 데스크의 나이도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 전문기자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예전엔 정말 친한 후배들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구나 했는데 이젠 많이 공감해준다. 우리 후배들을 '소셜 공간'으로 데려가고 싶고, 좀 더 부드럽게 쓰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싶다. 나야 늦었지만 30대 기자들은 '스타기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전문기자들은 검증이 덜 된 전문기자지만, 앞으로는 대중들에게 검증된 스타 전문기자가 나올 것이다. 내공과 독자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 나이 먹었다고 전문기자 시켜달라고 하면 안 된다." 

- 한경플러스 부장도 맡고 있다. 

"이건 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으로 안 보고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다. 신문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데 IT를 조금이라도 알고, 신문사에 적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과 신문의 미래를 위해 한 번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밌다. 온라인에서 익힌 것을 다 녹이고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이런 저런 기능을 넣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예전에 블로그 하듯이 미친 듯이 하고 있다. 

기자들이 한경플러스 전용 기사도 쓴다. 한경플러스 때문에 신문 못 만든다는 게 아니라, 종이신문의 수준을 더 높여주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 기자들이 온라인 글쓰기를 하면서 글이 더 쉬워지고, 독자들과 소통해서 시각이 보증되면 신문은 더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