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디지털 퍼스트' CMS 도입

사이트 개편 병행… 당장 종이신문 공정 바꾸지는 않아

2014-09-17     김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17일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방향으로 웹사이트와 CMS(콘텐츠관리시스템) 개편을 단행했다. 개편 후 일주일간은 기존 집배신 시스템인 ‘뉴스데스크(서울시스템)’와 병행 사용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퍼스트’ CMS 도입 예고]

추천기사 강화한 사이트 개편

신규 사이트의 카테고리는 크게 ①이슈, ②투데이, ③인터랙티브로 나뉜다. 이슈 페이지는 에디터가 그날에 적합한 이슈를 정해서 관련 기사를 묶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는 19일은 아시안게임이 이슈가 될 수 있다. 개편 후 첫 이슈는 애플, 삼성, 샤오미의 경쟁을 그린 ‘스마트폰 삼국지’다. 투데이 페이지는 그날 출고되는 기사가 타임라인 식으로 구성된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스노우폴’과 같이 커다란 이미지와 그래픽, 영상, 음성이 삽입된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장규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부서별로 일주일에 인터랙티브 기사를 하나씩 제작하고, 축약해서 종이신문에도 실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는 CMS에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를 제작할 수 있는 템플릿을 집어넣어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도 제작이 가능하다.

사이트의 첫 화면도 세련되게 바뀌지만, 파이낸셜뉴스가 특별히 신경 쓴 건 기사 본문 페이지다. 대부분 독자가 포털 검색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사 페이지로 직접 방문하기 때문에 사이트 첫 화면 방문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을 추진한 엄호동 파인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은 “첫 화면의 페이지뷰(PV)는 전체의 5% 이하”라며 “더 이상 종이신문 1면과 같은 상징적 페이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파이낸셜뉴스가 강조점을 둔 건 추천기사 강화를 통한 트래픽 증대다. 기사 페이지에 한 번 들어온 독자가 그대로 나가지 않고, 여러 기사를 더 읽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모든 페이지 상단에 추천기사가 계속 노출된다. 현재 단계에선 플립보드와 같이 개별 독자를 분석해 개인맞춤형 기사를 추천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유입경로에 따라 추천기사를 다르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독자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파이낸셜뉴스의 연예기사를 볼 경우, 추천기사 목록은 현재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된 연예기사로 바뀐다. 또한 포털에서 부동산 기사를 클릭해 들어온 독자에겐 부동산 기사 위주로 추천해 추가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엄 부국장은 “연예기사를 보러 들어온 사람에게 정치기사를 추천하면 되겠는가”라며 “현재 1.65건인 방문자당 PV를 6건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MS 개편으로 ‘디지털 퍼스트’ 구현

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건 파이낸셜뉴스의 CMS 개편이다. 단순히 기사입력기의 기능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언론사의 기사 공정과정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뉴스룸은 디지털 기사를 먼저 생산하고, 지면 편집기자가 이중에 일부를 모아서 종이신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이신문 제작이 더 이상 업무의 주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뉴스의 CMS 개편은 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지만 당장 공정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계획이다. 오전 9시와 오후 2시, 6시반에 열리는 편집회의도 기존처럼 유지된다. 일단 디지털에 최적화된 기사를 제작할 수 있는 CMS를 도입해서 ‘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첫 걸음을 뗐다고 보면 된다. 이 편집국장은 “먼저 기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새 CMS를 시행해서 기사 작성 공정, 지면 마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종이신문은 기존처럼 제작하며, 디지털 기사의 출고시간을 앞당기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링크, 영상, 그래픽, 음성 등을 추가한 기사를 점차적으로 늘리는 것이 파이낸셜뉴스의 목표다. 새 CMS인 ‘NICE-FN’엔 기자들이 이런 기사를 쉽게 쓸 수 있도록 여러 기능을 넣었다. 일단 기자가 CMS에 글을 입력하면 관련 ‘키워드 태그’와 ‘주식 종목코드’가 자동으로 추천된다. 또한 기자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도 CMS 안에서 간단한 수준의 이미지, 영상, 음성 편집을 할 수 있다.

이처럼 CMS는 바뀌지만 종이신문 조판 프로그램인 CTS(서울시스템)는 연계해서 그대로 사용한다. 엄 부국장은 “‘NICE-FN’가 기존의 웹CMS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CTS가 새 CMS 안에 들어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기자 업무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

종이신문 위주의 한국 언론에서 파이낸셜뉴스의 CMS 개편 내용은 획기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CMS 개편이 곧바로 언론사를 ‘디지털 퍼스트’로 전환시켜주지는 않는다. 결국 기사 공정과정이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자들의 ‘디지털 마인드’도 절실하다. 실제 CBS는 2013년 이미 기자가 위치정보, 영상, 음성 등을 입력할 수 있도록 CMS를 개편했지만 기자들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엄 부국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가능을 위해 디지털에 최적화된 CMS를 구축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CMS 사용자인 기자들의 요구에 의해 진화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불편한 종이신문 제작 시스템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제 공은 사용하게 될 기자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조건 기자들을 압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편집부에서 하던 업무의 일부가 취재기자에게 넘어오고, 이에 따라 업무량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독자의 뉴스행태 변화에 따라 기사 제작방식도 변해야 하지만 ‘업무량 증가 문제’에 눈 감아서도 안된다는 얘기다. 김병덕 파이낸셜뉴스 기자협회 지회장은 “글과 사진만 출고하는 것과 다르니깐 업무부담이 있을 것이고, 중견기자 이상은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개편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편집국장은 “기자들은 노동 강도가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최대한 CMS로 자동화 하려고 한다”며 “편집국에 ‘디지털 퍼스트 TF(태스크 포스팀)’를 만들어서 이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 당장 (디지털 퍼스트로) 가겠다고 해서 가게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기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