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권 세월호유가족 광장에 가둬…"이런 대통령 필요합니까"

[세월호 100일] 폭우속에 광화문광장에 포위당한 유가족·시민 "국민생명 위협 박근혜는 물러가라"

2014-07-25     조현호·이재진·강성원·이치열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 '세월호 특별법' 촉구 행사를 마치고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장소를 옮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에 대해 경찰이 차벽에 이어 경찰병력을 동원해 2시간 동안 광장을 포위했다.

유가족과 시민 1000여 명은 24일 밤 12시부터 25일 새벽 2시를 넘길 때까지 광화문 광장에 갇힌 채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들은 쏟아지는 폭우를 뒤집어 쓰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답변을 듣겠다며 청와대행을 요구하다 경찰에 막혀 행진을 마무리 했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된 24일에도 끝내 세월호 유가족의 절규를 공권력으로 가둬버린 것이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경찰 병력이 삽시간에 이들을 에워싸고 5호선 광화문 역 ‘광화문광장’ 쪽 출구와 KT 쪽 출구를 폐쇄했다. 인도 옆 갓길은 버스차벽으로 촘촘히 막아 시민들이 합류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광장에 있는 유가족과 시민들은 단원고 학생의 영정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을 KT건물 도로 앞에 내걸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길을 열라고 촉구했으나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날 밤부터 내린 비는 그칠줄 모르고 쏟아져내려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장에서 비를 맞으며 갇혀 있었다. 현장진압을 지휘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다섯차례에 걸쳐 집시법 위반이라고 경고방송을 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국민의 명령이다, 경찰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한 시민은 마이크를 잡고 “오늘은 정말 피눈물이 나는 날”이라며 “팽목항에서 청와대로 가겠다고 했을 때도 길을 막고, 이 자리에서까지 길을 막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살기위해 걷는 길을 왜 막느냐”며 “대통령이 뭡니까. 국민을 살 수 없게 하는 대통령이 필요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시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박근혜는 물러가라”,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 “100일을 기다렸다 박근혜는 대답하라”고 규탄했다. “유족의 앞길을 막지마라”, “수사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도 두시간 동안 계속됐다.

5차 해산명령을 통해 “해산조치하겠다”는 종로서 경비과장의 경고방송 이후 1시55분경부터는 “폭력경찰 물러가라”, “경찰은 길을 열어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경찰에 맞섰다. 시위 대열 한켠에 앉아있는 유가족들은 시종일관 조용했다. 현수막에 빼곡이 채워진 희생자 사진들은 사진기자들의 사진 한 컷에 들어가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가족대책위는 25일 새벽 2시8분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농성천막이 있는 광장 안으로 들어와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세월호 특별법 대행진은 1박3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