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서 '원수'로 막장을 치닫는 충북지사 선거

선거운동원·아들 폭행 건으로 쌍방 고소·고발 '진흙탕'…유시민 "친구 밭 뺏은 윤진식 불리"

2014-06-04     강성원 기자

이번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이시종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윤진식 새누리당 후보 모두 충주 출신이자 청주고 동기인 50년 지기 친구로 알려졌지만, 양쪽 모두 잇단 폭행 시비로 선거전이 막판으로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지난 2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와 윤 후보의 선거사무원 등을 상대로 3건의 고소·고발장을 청주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 측은 “윤 후보 측 관계자 7∼8명이 새정치연합이 주최한 ‘60시간 집중 유세 결의대회’ 행사장 인근에서 우리 선거사무원 이아무개씨를 집단 폭행해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후보 측도 이 후보를 잇달아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자신의 아들이 이 후보 쪽 선거운동원들로부터 맞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윤 후보 아들이 청주실내체육관 부근에서 새정치연합 선거운동원들이 탄 미니버스 안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사실 두 후보는 오랜 친구 사이이자 행정고시(이시종 10회, 윤진식 12회) 관료 출신으로 본래 막역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충주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격전을 벌이면서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18대 총선에선 이 후보가 1582표(1.95%)차로 승리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석패한 뒤, 이 후보가 2010년 도지사선거에 출마해 치러진 보선을 거쳐 충주에서 18·19대 재선의원을 지냈다.

두 후보가 6년 만에 재격돌을 앞둔 이번 지방선거 현재 판세도 박빙 양상이지만 여론조사 추이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에 3%~8%포인트가량 다소 앞서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팟캐스트 ‘정치다방’에 출연해 “윤 후보는 MB맨으로 장관을 지냈던 사람이어서 초기엔 윤 후보가 셀 거라 봤는데 지금 상당한 격차로 이 후보가 앞서고 있다”며 “이유를 들어보니 충주 시민들이 윤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도지사에 출마한 걸 두고 ‘자기 밭은 내버려두고 왜 친구 밭에 가서 난리냐’며 여론이 윤 후보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과열로 치닫고 있는 이번 선거전과 관련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처음에 폭력사건이나 선거법 위반 등 고소·고발 검토를 안 하다가 흑색선전이 점점 도가 지나치고 유권자들의 오해도 커져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적인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두 후보가 각각 광역단체장과 장관도 지냈는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진 것에 대해 도민들에게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 측 관계자는 “50년 지기 친구라도 선거는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므로 서로의 잘못이 있다면 법적 책임 물어야 한다”며 “충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 나간 것은 이 후보가 늦게 출발하면서 컨벤션효과를 본 측면이 커 선거운동 과정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