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 '오락가락'에 청와대 관계자 뺨까지 맞아"

공기주입 발표 달라지자 가족들 멱살·물세례 항의…'시신 안치소' 설치 소란도

2014-04-18     이재진·강성원 기자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 수색이 지체되면서 구조현장과 학부모 대책본부가 마련된 진도실내체육관에 있는 가족들의 감정이 더욱 격앙되는 분위기다.

18일 오전 100여 명 실종자 가족이 나가 있는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는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는 가족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현장 상황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의 멱살을 잡고 “언론을 믿을 수 없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다른 가족들도 촬영 카메라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팽목항 입구에 세워진 생중계 방송 차량을 빼달라며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한때 실종자 가족 숙소 옆에 굴착기로 땅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가족들 사이에서 ‘시신 안치소가 설치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정부 측 사고대책본부 현장 관계자는 “안치소를 설치하려 한 것은 맞는데,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 대기소”라며 “시신이 나오기 시작하면 팽목항 쪽으로 가족들이 몰릴 수 있어서 일단 대기소를 만들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다수의 실종자 가족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도 학부모들과 정부 측 관계자들이 물리적 마찰을 빚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화가 난 가장 큰 이유는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등의 오락가락 발표 때문이다.

체육관 현장을 취재 중인 한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날 오전에도 학부모들은 잠수부가 몇 분에 내려갔는지, 방송에선 공기를 주입했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공기를 주입했는지를 물었지만, 정부 측에선 곧 주입될 거라는 등 발표 내용이 자꾸 달라져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며 “일부 극도로 예민해진 학부모들이 정부 관계자들의 멱살을 잡고 물병을 던지는 등 몸싸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카메라 기자도 “어제(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청와대 측 촬영 담당자가 대통령 앞에서 가족들에게 뺨을 맞고 머리끄덩이를 잡히기도 했다”며 “오늘 아침에 한 방송사에서 학부모 대책위의 대국민 호소문을 생중계하기로 했다가 일부만 잘려서 나가자 가족들이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17일 박 대통령과 동행했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이정현 홍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아울러 임시로 꾸려진 학부모 긴급대책위원회도 가족들끼리 입장이 갈리고 통제도 안 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