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한반도 위기고조 부추겨"

대북보도 긴급토론회 "보수언론 상업주의·위기상황 문제의식 부재" 비판 목소리

2013-04-10     강성원 기자

북한이 개성공단을 잠정폐쇄하고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등 한반도 안보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데엔 언론의 책임도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될수록 언론이 상황의 심각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전쟁을 막기 위한 보도를 해야 함에도 ‘전쟁불사’, ‘선제타격’ 등 자극적인 용어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오락성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기의 한반도, 언론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평화·안보문제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은 최근 언론의 대북 관련 보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꼬집으며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승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최근 한반도 사태가 전면 전쟁, 심지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짙어지는 상황이지만 우리 언론과 집권층은 모르쇠 또는 무뇌아적 보도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정책위원장은 “우리 언론은 군사력에 의한 대응만이 거의 유일한 방식이라는 청와대의 태도에 적극 동조하며 전쟁 발발 이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에 대해선 침묵한다”며 “전쟁은 참혹한 피해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전쟁을 하지 않고 문제 해결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과 관련해서도 “일부 보수언론이 개성공단을 ‘달러 박스’라는 식으로 지칭하면서 그 돈이 북한 핵실험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을 펴왔다”며 “‘북한이 돈을 챙기는 개성공단을 남겨둔 채 위기를 조성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고 힐책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대부분의 언론이 상업주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해 깊이 있는 분석보다 선정적인 기사 제공에 더 치중해 있다”며 “최근 조선일보 온라인에 실린 ‘B-2 전략폭격기 평양 주석궁 타격’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언론의 상업주의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환 6.15남측위원회 정책위원장은 “한국의 보수와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북한의 위협 발언에 대한 단순한 중계보도와 비난에만 그쳐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거대 언론사가 독점한 현재 언론 환경은 남북관계를 충돌로 몰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자정 기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비단 조선일보 기사뿐만 아니라 북한이 개성공단을 잠정폐쇄하고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등 한반도 안보위기가 나날이 고조되고 상황에서 최근 언론의 보도 행태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승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기의 한반도, 언론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최근 보도 모습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우리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것을 홍보하는 역할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상파 3사와 YTN 등의 미국 특파원은 미국 정부가 각종 첨단 무기를 한미 군사훈련에 파견하는 것을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며 “동아, 조선, MBN 등의 종편채널은 탈북 군인과 지극히 냉전적인 평론가를 등장시켜 북한 때리기에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개성공단을 북한의 ‘달러 박스’라고 지칭하며 북한의 핵실험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을 펴온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난했다. 그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보수 언론이 거의 언급하지 않은 사항은 개성 공단이 지닌 군사적 측면이다. 개성공단은 북측의 군사기지를 철거하고 공단을 지었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선 유사시 남측이 진입할 수 있는 군사적 취약지구인데 보수 언론이 이런 중요한 점에 침묵하는 것은 개성공단을 심리적 차원에서 농락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또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취한 5.24조치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도 천암함 사고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양속을 대북정책인 신뢰프로세스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진실규명을 위해 국정조사 또는 재조사를 촉구하던 민주통합당조차 지난해 총선·대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슬그머니 ‘폭침’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법원에서도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라고 쓰지 않는다”며 “군사 부문과 남북관계에서는 안보상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비판적 검증 없이 국방부 등의 발표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가 보편화 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대부분의 언론이 ‘우리는 모두 옳고, 북한은 모두 틀렸다’는 전제하에 기사를 쓰고 있다”며 “‘우리도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적 검증을 시도하면 남북이 서로 조정의 여지를 찾고 타협의 발판을 넓혀가는 데 언론이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영종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은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발언으로 그동안 6·15 정신을 계승하고 했던 단체가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됐다”며 “언론이 북한에 대해 이유 없이 폄훼하고 남북 갈등을 조장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이해가 가지만 북한의 독재와 세습에 대해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계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성원 기자 sejo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