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현희 인터뷰', 공안검사 출신 감사 요구로 촉발

방문진 감사·여당측 이사들 '사과방송' 요구… MBC 불법논란에 "방문진결의 후속조치 아냐" 입장 번복

2013-01-15     조수경 기자

MBC가 '김현희 인터뷰'를 긴급하게 편성한 배경에는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이사들의 줄기찬 요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송에 '방문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의혹이 나온 계기는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의 발언이었다. 김 국장은 MBC노조에 이번 방송 배경을 밝히면서 "방문진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말했다.

김철진 국장은 15일 통화에서 "방문진 결의는 '어떤 상황에서 이 방송이 나갔는지 알아봐라'는 내용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방송은 방문진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는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하지만 야당 측 이사들은 김씨와 관련해 방문진에서 어떠한 종류의 결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방문진이 김씨의 문제롤 설왕설래하게 된 것은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방문진 감사가 지난해 8월 감사로 임명된 직후 2003년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PD수첩'의 의혹 제기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고영주 감사는 82년 부산지검 공안검사를 지냈으며, 95~98년 대검찰청 공안기획과에서 근무했다.

당시 여당 측 이사들이 고 감사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9월 6일 방문진 회의에서도 PD수첩에 대한 여당 측인사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 국장이 말한 '방문진 결의'도 이날 있었다. 방문진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6일 방문진 회의에서 여당 측 이사는 방송의 제작 및 방영 경위, 취재 제작진 구성, 김 씨 안가를 공개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방문진 관계자는 "회의록에 (조사 및 보고에 대한)'동의와 제청이 있었으므로 설명한 대로 결의를 하겠습니다. 반대 이사 없음'이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한 야당 측 이사는 "여당측 이사들이 표결로 밀어붙인 것이지 모두가 동의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후속조치'가 김현희씨 인터뷰 형식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대선 직후 열린 12월 20일 방문진 회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측 이사는 "백종문 편성본부장에게 여당 측 이사들이 'MBC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하며 '사과방송'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백 본부장은 'PD수첩'에 대해 '틀린 팩트가 없고, 다만 편향적인 사실만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과방송은 어렵고 김현희 대담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해명·반박할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대담에서 MBC보도에 대한 김 씨의 해명 혹은 반박을 들으면서 MBC가 자연스럽게 사과 표명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방송은 한참 전부터 준비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KAL기 폭파범의 진범이 김현희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 진작 해명 방송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난해가 KAL기 폭파사건의 25주년이기 때문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이사는 이번 의혹에 대해 "방문진은 방문진법상 MBC경영을 관리감독할 수 있을 뿐 보도 내용에 대해선 간섭하지 못한다"며 "방문진 결의에 의해 프로그램 제작 편성했다고 한다면 이는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터뷰가 방문진의 공식 요구였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면서 "하지만 만약 방문진의 공식 결정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문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방문진법과 방송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회사는 방문진의 결의 내용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전달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MBC는 15일 오후 11시 <100분토론>에서 김 씨와의 특집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방송한다. 지난 1987년 11월 29일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현희씨는 KAL 858기를 폭파해 115명이 사망했다며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1990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