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거액 수수 의혹 기자 사내조사 착수

일명 '해결사'가 다리 역할… A기자 "모르고 받았다가 며칠 안에 돌려줬다"

2012-12-26     김병철 기자

SBS 윤리경영팀이 기사 청탁용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A기자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A기자는 돈인지 모르고 받았다가 며칠 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24일 SBS와 돈을 건넨 B씨의 말을 종합하면 경북 대구에서 정수기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2010년 12월 SBS의 A기자에게 C씨를 통해 1000만 원을 전달했다. B씨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구 맨하탄 호텔(현 렉싱턴 호텔)에서 자신이 고용한 일명 ‘해결사’ C씨를 통해 A기자에게 5만 원권 200장을 건넸다.

그는 한국계 대형 제약회사의 탈루 행위를 제보하기 위해 A기자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이 제약사의 거래처였던 B씨는 이 제약사와 약 20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가 적발돼 약 10억 원의 추징금을 냈다.

B씨는 이 문제를 SBS 뉴스에 나오게 해 해당 제약사로부터 추징금을 배상받겠다는 목적으로 C씨에게 1200만 원을 전달했다. A기자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C씨는 보도를 약속하며 B씨를 A기자와 연결해줬다.

이렇게 돈은 건네졌지만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SBS 사회부가 취재를 했지만 이미 해당 제약사는 이 건으로 국세청에 추징금을 내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씨는 기사가 보도되지 않자, SBS 본사를 찾아가 사내 감사부서인 윤리경영팀에 신고를 하는 등 A기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꾸준히 항의를 했다. 하지만 A기자는 서류 뭉치를 받고 헤어진 뒤 돈을 발견해, 며칠 후 C씨 측에 되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기자는 이번달 윤리경영팀의 조사에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사내 감사는 무혐의로 종결 처리됐다. A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며칠 후에 바로 돌려줬는데 괜히 오해를 살 것 같아 ‘(윤리경영팀에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재완 SBS 윤리경영팀장은 “B씨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신고 내용의 신빙성이 부족해서 금품 수수 정황이 없는 것으로 최근 결론내린 바 있다”며 “그러나 A기자가 돈 받은 것을 시인했기 때문에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A기자에게 1000만 원을 계좌 이체로 돌려준 증거를 요청했으나 A기자는 이를 거부했다. 다만 A기자는 이번 주 내로 B씨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