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썩는 햄버거의 충격? 사실은 중앙일보의 호들갑

[슬로우뉴스] "세균도 포기한 식품" 선정적인 공포 마케팅의 전형

2012-05-16     슬로우뉴스
(기사 하단에 JTBC 관계자의 반론과 슬로우뉴스의 재반론을 게재합니다. 추가 논의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기사 원문 :

중앙일보, 패스트푸드 햄버거, 4주간 둬도…결과 ‘충격’, 2012년 5월 12일 (자사 종편방송 JTBC의  ‘미각스캔들’ 방영분 내용 요약 기사)

기사 요약 :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시판 중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로 세균 배양 실험을 한 결과, 세균 수는 식품 규격기준 이하에 머물렀다. 방부제 사용이 의심스럽다.

기사 총평 :

과학이 운다.

기사 분석 :

“안 썩는 맥도날드 햄버거” 전설은 비단 이번 보도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생산되어왔으며,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에서도 누군가가 관련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예: 137일 동안 썩지 않는 햄버거를 매일 사진 찍어 올린 한 예술가의 퍼포먼스 등) 별다른 성찰과 검증 없이 재등장했다.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보편적 관심에 힘입어 매번 일정량의 화제를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햄버거가 썩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이미 많은 반론이 제시된 상태다. 음식물이 썩기 위해서는 미생물 자체와 적정온도의 공기 존재 외에도, 미생물이 자라날 양분과 수분이 존재해야 하고, 염분과 당분 농도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특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썩는다.

고도의 과학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치밀하게 과학적 비교실험 설계를 한 미국의 음식블로그 Serious Eats의 2010년 결과에 의하면(원문 읽기), ‘썩지 않는 햄버거’ 현상의 주원인은 수분증발이다. 여러 종류의 햄버거를 체계적으로 나누어 같은 조건에서 분석한 결과, 수제나 패스트푸드 여부와 관계없이 면적이 작은 버거가 썩지 않고 면적이 넓은 버거는 썩었다.

즉 미생물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일정 시점 이전에 대부분의 수분이 증발한 경우에는 썩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후 검증으로 썩지 않은 같은 종류의 버거를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 비닐백에 넣자, 1주일이 지나고 상당량의 곰팡이가 생겼다.

반면 ‘미각스캔들’의 경우, 수분 증발 차이를 만드는 패티 크기와 두께 차이, 세균 번식에 더 유리한 기타 성분 포함 여부 등 상하기 위한 세부 조건 차이를 통제하는 설계 없이 단순히 패스트푸드와 수제 버거라는 구분만을 하고 있다. 1차 검사라는 세균검출실험은 아예 비교실험 방식도 아니며, 2차 검사인 배양검사는 세균 배양 가능 환경을 조성하였으나 고작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 실행했다(정작 기사 앞부분에 인용된 PD의 말에는 수제 햄버거도 사흘만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함께 실험한 감자튀김의 경우 역시 패스트푸드가 아닌 수제 감자튀김과 비교분석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방부제 검사는 비과학적 논증의 극단을 보여주는데, 보존제 검증에 실패하자 검증되지 않는 다른 보존제의 존재부터 의심한다. 즉 검출실험 등 과학기술의 틀을 가득 빌리고 있지만, 정작 실험설계에서 전혀 과학적 엄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종국에는 이미 단정 지은 결론을 위해 데이터의 부족마저 변명하는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미각스캔들을 포함한 ‘안 썩는 햄버거’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 일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는 것은 애초에 그냥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이다. 인체에 유해한 방부제가 잔뜩 들어있어야 비로소 문제이고, 그렇기에 안 썩는 햄버거로 유해성을 주장하려면 안 썩는 것이 방부제 때문이라는 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안 썩는다”는 현상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에 힘쓴다. 방부제와 아무 상관 없이도 썩지 않을 수 있음을 다른 이들이 충분히 반증해도 무시하고 말이다. 이런 지점은 약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내놓은 “세균도 포기한 식품”이라는 선정적 표현에서 정점을 이룬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 특히 거대 기업의 공장제 생산품에 대한 불안은 상당히 보편적이기에, 그 해악을 충격적인 볼거리로 던지는 것은 손쉬운 흥밋거리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 퍼포먼스에 눈을 돌리는 동안, 덜 선정적이지만 훨씬 중요한 다른 문제들은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진다. 영양 균형보다 자극에 맞춰진 배합, 포만감에 비해 과도한 칼로리 같은 것이 여기 포함된다. 또한, 애초에 이런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 격인 패스트푸드 메뉴들의 성분 공개 문제 같은 정보 투명성 이슈 역시 그렇다.

좀 심심할 수도 있으나 실제 먹거리 문화 발전에 필요한 알찬 문제 제기는 미루고 즉각적 자극을 극대화하는 것에 몰입하는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들이 악마화하는 패스트푸드를 닮았다.

(미디어오늘과 슬로우뉴스는 기사 제휴 관계입니다. 원문 출처는 http://slownews.kr/2993, 작성자는 블로거 캡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