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기 비서진에 합류한 언론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 윤리와 직결된 ‘폴리널리스트’ 논란이다. 청와대 권력과 감시자 간 경계가 무너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MBC 출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한겨레 출신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청와대 신임 국민소통수석으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임명되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분이 다른 자리도 아닌, 청와대를 대표해 홍보하는 자리로 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윤 수석이 지난해 12월31일자로 MBC에서 명예퇴직하고 8일 만에 청와대 수석에 임명된 데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당사자의 진정성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떠나 감시와 견제자에서 정치 행위자로 직행하는 행태는 방송 독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 현역 언론인들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윤도한 청와대 신임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 윤도한 청와대 신임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1985년 MBC에 입사한 윤 수석은 공정방송 투쟁에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 받는다. 1987년 MBC노동조합 창립 멤버라는 상징성도 있다. 그러나 언론인 자질과 청와대행은 별개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과거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 홍보 담당에 언론인을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9일 성명에서 “청와대는 현직 언론인에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 자리를 제안했고 현직 언론인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윤두현 전 YTN 보도국장, 민경욱 전 KBS 앵커,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 등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활동한 언론인 출신들을 거론한 뒤 “정권이 얼마나 ‘언론윤리’를 하찮게 여긴다면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못된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현호 전 한겨레 기자가 9일 신임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사내 비판이 거세다. 현직 기자였던 여 비서관은 지난 7일 한겨레에 사표를 제출했다. 동료들은 그의 사직을 만류했으나 8일 오후 청와대의 비서관 인사 검증에 응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사표 수리가 이뤄졌다.

한겨레는 9일 “한겨레신문은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당 공직으로의 이직에 비판적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이런 한겨레신문 정신은 한겨레신문사 소속 기자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물론 기자 개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여현호 전 선임기자가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견지해온 원칙, 임직원들과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다. 청와대 역시 인사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의 간부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김의겸(청와대 대변인), 오태규 기자(주오사카 총영사)에 이어 여현호까지 정부 인사로 갔다. 참담하다”며 “여현호 기자는 지난 2015년 당시 MBC 시사제작국장이던 정연국 기자가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언론윤리 실종된 현직 기자의 잇따른 청와대행’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한겨레 기자 상당수, 특히 중견급 후배들이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는 목소리도 크다. 참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겨레 기자도 “인사발령이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청와대로 갔다. 한겨레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폴리널리스트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나머지 구성원은 뭐가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한겨레 보도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지부는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이번 일은 현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언론을 인재 풀의 하나로만 가볍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현 정부 청와대에도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한겨레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합원의 윤리 의식 제고에 한층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한겨레 보도와 논평의 공정성이 흔들리지 않게 감시하는 노동조합 본연의 소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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