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다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별건수사 논란을 빚으며 ‘무리수’를 뒀던 검찰은 다시 망신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07년 당시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현금과 외화 등 9억여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한 전 총리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재판부는 "한명숙 전 총리가 한씨에게 9억원을 받았다고 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한씨의 검찰 진술 뿐"이라며 "검찰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법정 진술 또한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한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의 이번 혐의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9일 법원이 ‘곽영욱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은 그날, 언론에 흘러나왔던 또 다른 사건이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한명숙 무죄’ 가능성이 커지자 다른 사건을 흘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동아일보는 4월 9일자 1면에 <“한 전 총리, 건설시행사서 9억원 받은 혐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명숙 전 총리 쪽에서는 ‘망신주기’ 목적의 별건 수사라면서 강력히 반발했지만, 검찰 주장은 언론에 다시 보도됐고 '인격살인' 논란도 재연됐다.

한명숙 전 총리는 ‘곽영욱 사건’과 ‘한만호 사건’ 모두 결백을 주장했고, 곽영욱 사건은 실제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한만호 사건’은 검찰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언론의 중론이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수사하다 서거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2009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표적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올랐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검찰은 일부 언론과 함께 ‘여론재판’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검찰의 당시 ‘곽영욱 수사’는 지방선거를 두 달 여 앞둔 4월 9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한명숙 전 총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자초했다. 당시 검찰이 꺼냈던 사건이 ‘한만호 사건’이었다.

검찰의 무리수는 다시 망신만 자초했다. 이번 무죄 판결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한 번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은 ‘검찰발 악재’에 시달리게 됐다. 체면을 구긴 검찰은 ‘쥐구멍’을 찾아야 할 상황인 셈이다.

앞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한명숙 총리의 공판이 있는데 이 땅에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면 무죄가 날 것으로 확신한다. 애초부터 실체가 없던 사건이다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데 오직 검찰만 받았다고 주장한다. 국민들 모두 아는 대로 소위 한명숙 탄압사건이 무죄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별건사건을 만들어서 수사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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