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창간 46주년을 맞아 국내 종합일간지 가운데 처음으로 3차원(3D) 광고 섹션을 선보였지만, 광고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앙은 지난 21일 ‘3D 자동차’ 8면, ‘3D 세상’ 8면 등 모두 16면을 3D 광고 섹션으로 제작, 배포했다. 중앙은 광고 섹션 외에 1면에 공군 F-15K, F-4D 편대의 독도 상공 초계비행 장면을 3D로 구현해 게재했고, 활짝 핀 코스모스(20면),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증정하는 아동?여성용 글러브 세트(31면)의 사진도 3D로 실었다.

중앙은 이튿날인 22일 2면 <“3D 신문, 올드 미디어 고정관념 깨”> 기사에서 “21일 배포한 3D 섹션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여의도 정가에서도 3D 섹션이 온종일 회자됐다”고 보도했다. 기사 말미엔 “광고는 돋보였지만 기사가 눈에 잘 안들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는 독자의 의견도 전했다.

   
중앙일보 9월22일자 2면.
 
중앙은 이번 3D 광고 섹션 발행을 놓고 ‘대한민국 신문업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광고업계의 평가와는 온도차가 크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광고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점은 높이 산다”면서도 “하지만 변형 광고나 3D 광고의 특성은 그 자체의 특성과 광고하는 제품의 특성, 크리에이티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는 사람들이 2D로 봐도 입체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굳이 3D 광고가 필요없는 상품인 데다 화질도 좋지 않아 효과가 반감됐다”며 “3D 섹션에 3D를 실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도 “3D 광고를 처음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의미있지만, 3D 안경을 끼고 지면을 봐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신문에서 3D 광고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3D 섹션 제작을 놓고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광고주 설득 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면을 기획한 광고본부 김춘식 부국장은 26일자 사보에서 “(해외 사례로)광고주들을 설득하기에는 동질감이 떨어져 재료가 되지 못했다”면서 “초기 2억원이 넘는 (3D용) 안경 제작비용 앞에 광고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전했다.

김 부국장은 또 “어떤 형태의 이미지가 최고의 3D 효과를 낼지 짐작은 됐지만 광고 자체를 꺼리는 기업담당자들은 마지막까지 원고 문제로 애간장을 녹였다”며 “3D에 적합한 원고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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