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핵심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 예정이다. 27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대통령이 27일 “성역없이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주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27일 사정기관장 회의를 주재하고 의혹의 진상 규명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9월 27일자 1면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7일로 예정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결정될 경우 이 대통령은 유감 표명까지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국은 “이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한 언급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대통령 참모들의 비리에 대해 적극 대처함으로써 권력누수 현상을 방지하고 임기 말에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비리 태스크포스(TF)'(가칭)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에서 “정권 후반기 권력 비리와 측근 비리, 고위공직자 비리, 친인척 비리 등 모든 사항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정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언제나 대한민국 정권들은 권력, 측근, 친인척, 고위공직자 비리로 침몰했다"며 "청와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이런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9월 2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청 “신재민 큰 문제 아냐” 검 “더 수사할 것이 없다”>
국민 <경제 ‘블랙 쓰나미’ 한국 덮친다>
동아 <한국경제 ‘트리플 쓰나미’ 공포에 떨다>
서울 <환율 폭등세 속 무역수지 20개월 만에 적자 전망…실물경제 휘청>
세계 <해결사 없는 세계경제 ‘암담’>
조선 <세계자산 급락…증시, 중 GDP 1.3배 날아가>
중앙 <구청 월급 못 주는데 부평구의원 19명 “의정비 올려달라”>
한겨레 <‘일제에 의한 근대화’ 교과서에 넣자 했다>
한국

김효재 수석, 신재민 전 차관 옹호 발언 논란

하지만 이런 이 대통령의 강력한 측근 비리 척결의지에는 ‘예외’도 있을 전망이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26일 기자실을 찾아 최근 사태와 관련해 “조금 괴롭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없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신재민 전 문화부차관 비리 의혹의 경우)개인 문제라고 하면 너무 냉정하고…구조의 문제는 아니다. 신 전 차관이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고, 까칠해서 그렇지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고 신 전 차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김 수석은 이어 “측근 비리라고 하지만 과거와 비교한다면 누가 큰 뇌물을 받아 먹고 이권에 개입했다든지 뭘 했다든지 하는 그런 사건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갖고 있던 회사가 졸지에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 것이다. 조그만 것도 크게 생각되고 잘 안 보이는 그런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최근 신 전 차관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수석은 또 이 회장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점검을 벌인 결과도 설명했다. “언론에서 거론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9월 27일자 1면
 
경향신문은 이 같은 김 수석의 발언과 관련 “측근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 인식이 안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검찰 수사로 측근 비리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수석이 ‘문제될 게 없다’고 먼저 정리하는 것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경향은 특히 “검찰이 이날 당초 입장을 바꿔 이 회장을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와 검찰 간에 조율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 없다”며 “현재 상태로는 더 수사할 게 없다. 뭐가 확보돼야 수사를 할 것 아니냐. 이 수사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26일 “이국철 SLS 회장이 자기도 떨려서 얘기를 못하지만 (이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폭로할) 완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밝혀지면 이명박 정권은 흔들흔들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한겨레 9월 27일자 4면
 
이 회장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25일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박 전 대표는 이날 한 당원간담회에서 자리에서 “(이 얘기를 듣고) 이명박 정부의 측근들이 엄청나게 구속되겠구나, 흔한 말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구속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이 회장에게 어떤 경우에도 증거가 없는 것은 얘기하지 말라, 당신 뒤에는 박영선 박지원이 있으니까 소신껏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신 전 차관에게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전후에 10억원 정도를 줬다고 밝히면서 “철저하게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신재민 전 차관이 대선 전후에 미국을 서너차례 갔다 왔다고 한다. 그때 자기(이 회장) 회사 해외법인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회사 법인카드에 신재민 전 차관이 쓴 것이 다 나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제출하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전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하는 것은 제가 얘기하지 않겠다. 엄청난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발 세계 경제 위기 집중 조명

27일자 아침 신문들이 주목한 또 한가지 이슈는 세계 경제 위기다. 조선·동아·국민·서울·세계·한국 등 대다수 언론이 일제히 1면 주요기사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동아일보는 ‘주가-원화가치-채권’이 일제히 급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쓰나미’ 현상을 짚었다. 동아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화가치, 주가, 채권값이 일제히 급락하는 ‘트리플 폭락장’이 펼쳐졌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까이 폭등하면서(원화가치는 급락) 12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그리스 부도 공포감에 가위눌린 개인들이 일제히 ‘투매’에 나서면서 바닥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국 경제 위기는 과장됐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동아일보 9월 27일자 1면
 
조선일보도 역시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자산시장 붕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조선은 “자산시장 붕괴는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은행들의 줄도산을 촉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조선은 “자산시장 붕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008년 6월 49조달러이던 시가총액은 이듬해 2월말 24조달러로 반 토막 나서야 하락세를 멈췄다. 그리스 부도 위험이 재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세계 증시는 약 18% 하락(시가총액 기준)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겨레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의 금융위기는 ‘초입’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남석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이 긴축정책을 펴면 유럽 같은 경우 성장률이 둔화돼 부채를 갚을 수 없다”며 “위기는 앞으로 2~3년간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경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유로존 위기는 재정통합 외에는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며 “이 위기가 내년에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는 4차례로 나눌 수 있는데, 현 시기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앞선 1차 하락기(2008년 5월19일~7월16일)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당시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코스피가 20% 하락했다. 올 8월 이후 지난 23일까지 코스피는 21.9% 떨어져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한겨레는 이에 “따라서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고 전하면서 “실제 2008년 당시 1차 주가 반등 시기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9월 27일자 1면
 
청와대는 경제위기론이 확산되자 비상경제회의를 1년여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갖고 비상체제로 전환해 경제 상황을 점검해 운영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주가를 비롯해 경제지표는 심리적 요인이 많다”며 “위기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되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대변인은 "국가부도위험이 프랑스보다 높아졌다는 게 너무 국민에게 불안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출도 탄탄하니 그런 점을 잘 설명하라는 취지로 이해됐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9월 27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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