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사간 대화가 결국 파국으로 흐를 조짐이다.

노사는 9일 김재철 사장이 처음으로 참석한 가운데 단체협약 제·개정을 위한 본교섭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8월 30일 실무교섭 때와 마찬가지로 핵심 쟁점인 국장·본부장 중간평가제 등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관련해 그 어떠한 수정·양보안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회사 측은 여기에 2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징계 방침까지 시사해 갈등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노조 측은 본교섭에 앞서 회사 측이 대법 판결 직후 뉴스데스크 등을 내보낸 ‘사과방송’과 ‘사과광고’의 경위와 책임을 따졌다. 김재철 사장은 이에 대해 “어떤 형태가 되었든 내용의 일부가 허위로 판명되고 정정보도까지 이뤄졌다면, 언론사로서 허위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털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대상에 오른 제작진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편을 만든 송일준·조능희·이춘근·김보슬 PD 네 사람이다.

   
9일 MBC 노사가 김재철 사장,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협약 제·개정을 위한 본교섭을 벌이고 있다.(사진=MBC노조 제공)
 
MBC는 5일 ‘사고(社告)’와 뉴스데스크 머리기사,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취재 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시사 프로그램 심의 절차 등을 재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번 사죄는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청와대와 정권에 대한 사죄라는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회사 측의 징계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9일 발행한 특보에서 “승소한 판결을 뒤집어 패소한 것처럼 사죄방송을 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스스로의 논리에 갇혀 사죄를 했기 때문에 제작진을 징계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조합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징계는 단협에 대한 논의와 별도로 회사가 파국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말로는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 또다시 ‘빈 손’으로 왔다. 구체적인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회사측의 교섭 태도 역시 꼬집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노사 간에 조금씩 양보해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말’뿐”이라며 15일 다시 열리는 본교섭에서는 진전된 양보안을 가져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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