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씨가 방송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새로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에서 밀려드는 ‘러브콜’에 행복한 고민을 하던 그가 갑작스러운 탈세혐의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9일 오후까지 포털에 송고된 강호동 씨 세금 탈루 관련 기사만 370여개가 넘는다. 사업가로 알려진 일반인이 검찰에 강씨를 고발한 상태고,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서는 방송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강씨가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1박2일> 녹화도 잠정 취소됐다. 도대체 강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놓고보면 이렇다. 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달 25일 세금 탈루 혐의가 큰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세금탈루 혐의가 높은 전문직종 등에 대해 지속적인 세무조사를 강화했음에도 탈루행위가 반복돼 탈루 혐의가 큰 37명에 대해 23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국세청은 이 자리에서 사전에 적발한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유형을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강씨를 포함한 연예인에 대한 조사내용은 빠져있었다.

강씨의 탈루혐의 소식이 알려진 것은 국세청 발표가 있은지 열흘 정도가 지난 5일 CBS 노컷뉴스의 단독기사를 통해서였다. 국세청이 지난 5월 신고된 강씨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내역을 분석한 뒤 탈세의혹이 있다고 판단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노컷뉴스 기사가 나온지 몇 시간만에 포털 뉴스는 ‘강호동’으로 뒤덮였다. 초기엔 강씨가 탈세혐의를 받고 있다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이 추가되면서 ‘강호동 탈세 혐의에 국민들 뿔났다’, ‘탈세혐의 강호동, 천하장사 스포츠맨십 잃어버렸다’, ‘국민 MC 강호동, 국민이 고발했다’ 등의 비판 기사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배우 김아중 씨도 같은 혐의로 6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는 내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파장이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 강호동 씨가 탈세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강호동 씨를 스타급 MC로 올려놓은 KBS <1박2일>. ⓒKBS
 

강호동 씨나 김아중 씨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비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톱스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녀간 연애에서 좋아하는 마음과 배신의 상처가 비례하는 것처럼, 대중적 인기가 높을수록 비난의 강도도 더 센 법이다.

또 다른 비난의 한축은 그가 한 회당 1000만원씩 받고, 광고에 기타 사업수익을 포함해 연 3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고소득자라는 것이다. 정확한 자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댓글을 살펴보면 강씨의 출연료와 광고료 등을 언급하면서 평생토록 서민들이 만져보지 못할 거액의 돈을 벌면서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씨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여론에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는 해도 강씨가 탈세를 한 것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강씨의 책임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강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행위보다 지나치게 가혹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중들의 인기를 자산으로 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연예인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것보다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다.

다시 사건이 시작됐던 지난달 25일 국세청의 브리핑 현장으로 돌아가보자. 한 변호사는 사건수임료를 법인계좌가 아닌 직원명의 계좌로 입금받는 방법으로 수입금액을 탈루하고, 접대성 식사와 유흥비용 등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로 변칙처리 해 소득금액을 탈루했다. 탈루소득은 22억원이었고, 국세청은 이 변호사에게 법인세 20억원을 추징했다.

한 성형외과는 진료기록부 등을 조작해 수입금액을 탈루하고 광고선전비, 복리후생비 등의 경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소득금액을 탈루해 탈루소득 14억원에 대해 소득세 10억원을 추징당했다.

한 회계사와 세무사도 인건비를 허위로 계상하고 개인비용을 복리후생비 등으로 변칙처리한 것이 드러나 각각 10억원과 4억원을 추징당했다.

그렇다면 강씨의 경우는 어떨까. 강씨는 비용을 과다계상해 신고하는 방법으로 실제 소득보다 세금을 적게 납부해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앞에서 세금을 추징당한 의사, 회계사, 세무사와 비교해 죄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비난여론이 강씨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강씨가 범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언론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9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했을 경우 범법행위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으면 ‘조세범’이 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세무신고상의 착오나 장부기재 금액을 누락했을 경우에는 세금을 적게 낸 부분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는 자체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고의성이 적거나 범죄로 보기 어려울 경우에 이뤄지는 조치다. 강씨의 경우는 여기에 속한다. 다시 말해 탈루 소득에 대한 추징 세금을 납부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씨가 도의적인 책임에서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로써는 강씨에게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잘못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따지지 않은 채 프로그램 하차는 물론 방송출연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비난여론은 다른 세금추징 대상자들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 언론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강씨를 ‘여론재판’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씨는 국세청의 세금추징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추징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불미스러운 문제로 대중에 기반한 자신의 인기를 스스로 깎아먹은 것은 강씨의 온전한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언론이라면 방송인으로서의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를 이렇게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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