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변호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교수)의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 합의 상황에 대해 7일 “믿기 어려운 선택이라 놀랐다”며 “이미 양보하기로 결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전해 관심을 모았다. 박 변호사는 안 교수의 측근이나 주변 인물들에게 선거운동할 때 도움을 청할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안 교수와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 교수는 이미 양보하기로 벌써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그래서 안 교수는 과연 제가 어떤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라며 “몇 마디 저한테 물어보고 그 다음에 너무 갑자기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저는 양보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해서 저도 사실 놀랐죠”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안철수 교수와 시장후보 단일화를 발표한 박원순 변호사가 취재진에 둘러 쌓여 퇴장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아무리 신뢰관계가 있다해도 저보다 10배나 더 되는 지지도를 갖고 있던 분이 정말 아무 조건 없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내 말) 한마디로 양보한다는 게 사실 또 믿기 어려운 그런 일”이라며 “안 교수가 개인의 이익 보다 사회의 어떤 공공적인 이익을 위해서 해왔던 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태도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안 교수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대선 여론조사에서 앞지른 것으로 나온 뉴스에 대해 “그런 것들이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인데도, 현실 정치인들이 그런 걸 못 깨닫고 있다”며 “정쟁, 갈등을 넘어서서 희망을 주는 정치, 그런 사람, 그런 리더십, 그런 시스템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정치쇼였다’는 한나라당의 논평에 대해 “그런 쇼는 좀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외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정치 현상이 왜 벌어지는지 돌아보고 성찰할 그런 때가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안 교수에게 선거 지원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본인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지지율을 갖고 있음에도 ‘제가 더 적절하다’면서 사임하고 기자회견장에서 포옹한 그런 상황 이상으로 저는 더 큰 지지는 없다”며 “다만 그동안 아마 안 교수님 주변에서 이런 꿈을 꾸고 또 이런 기획을 했던 분들 중에서 아마 어떤 새로운 어떤 시스템과 우리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을 고민했던 분들이, 제가 이런 결심을 정리해서 선언하게 되면 모셔서 함께 저는 하는 것도 저는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포옹하는 장면.
이치열 기자 truth710@
 
전날 단일화 이후 박 변호사와 한나라당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온 데 대해 박 변호사는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온 바도 없고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에 저는 굉장히 기피 인물이었다”며 “강연을 가면 정보과 형사가 늘 나와 있을 정도로 억압받았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대중들에게 충분히 각인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 한 단계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정치든 세상의 무슨 일이든 진정성과 열정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경선참여와 관련해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어떤 응징이라는 차원에서의 (민주당과의) 협력은 저는 필요하다”면서도 “저는 특정 정파나 정당의 대표로서보다는 안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정치, 생활정치, 정말 실용적인 정치, 이런 것이 필요한 시대”라며 “그런 것도 대변해야 되는 입장에서 제가 당장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순 없다. 다만 야권통합후보로서 서로가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서울 시정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개인의 욕심이나 또 정쟁이 반영돼선 안 될 그런 것을 시정에 반영했다”며 “이명박 시장 이후 서울시가 너무 외형주의, 거대 프로젝트 중심으로 해왔다. 이젠 서울시민의 시가 돼야 된다. 상식이 통하고 시민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그런 시정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