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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무상보육’, 아기들 밥은 돈 내고 먹어라?
한나라 ‘무상보육’, 아기들 밥은 돈 내고 먹어라?
[뉴스분석] ‘말장난’ 복지정책, 여당 내부도 논란…“주민 질문에 답변이 궁하다”

“보육으로 나가는 돈도 어차피 애들 밥 먹이고 옷 사 입히고 어린이집 유치원 비용으로 들어가는 비용인데….”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여당의 현실을 비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0세부터 무상보육’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저지하고자 당력을 쏟는 상황과 모순이라는 얘기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우리 한나라당이, 보육과 급식은 큰 차이가 없는 정책인데 이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굉장히 전향적으로 나가는 이 모습을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급식과 보육이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모순된 입장을 보이느냐에 대해서 국민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구상에 따르면 0세부터 무상보육을 하겠다는 얘긴데 아기들의 밥 먹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의 범주에 들어가 있지만 밥 먹는 돈은 부모의 재력에 따라 돈을 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논리다.

   
황우여(사진 왼쪽)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유승민(사진 오른쪽) 최고위원. ©노컷뉴스
 
한나라당이 초등학교 취학 이전인 만 5세 이하에 대해서 무상보육을 한다고 밝혔는데 아기들 밥은 돈을 내고 먹으라는 얘기인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보육시설에서 아기들 먹는 밥은 부모들이 별도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초등학교 학생들만 ‘차별급식’을 하겠다는 주장이 되고, 아기들 밥 먹는 비용은 받겠다고 한다면 이는 복지정책은 하겠지만 아기들과 아이들의 밥그릇은 뺏겠다는 황당한  논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무상보육 대상을 내년 0살부터 시작해 3~4년 안에 만 4살까지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유아교육을 의무교육 개념에 준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주장만 놓고 보면 0세 아기들의 경우 소득 구분 없이 전면 무상보육의 대상으로 놓겠다는 것으로 비치는 데 그럴 경우 초등학생들은 소득 상위 50%에 대해 돈을 내고 밥을 먹으라는 서울시와 한나라당의 논리는 모순이 된다.

한나라당은 ‘포퓰리즘 정책’ 반대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초등학생 밥 먹이는 비용보다 훨씬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무상 보육은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초등학생들의 급식에 돈을 내도록 하는 것만이 포퓰리즘 정책 반대라는 주장이 되고 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차등 급식’에 찬성하는 원희룡 최고위원도 현장에서 서울시 주민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게 쉽지 않음을 호소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원내대표님께서 중장기 한나라당의 어떤 복지대책으로써 0세부터의 무상보육을 말씀하셨는데, 예를 들어서 무상보육에는 당연히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특히 정부에서도 하겠다고 하는, 만 5세의 무상보육에 들어있는 급식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과 초등학교 2학년부터의 무상급식과의 차이점이 뭐냐. 이런 점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문제 파악이 잘 되어있는 주민들이 날카롭게 질문을 해들어 올 때 상당히 답변이 궁한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에 당력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논리와 타당성은 무엇인지 당 내부에서도 혼선을 겪고 있는 셈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중앙당 차원의 내용정리가 덜 되어있는 느낌, 이런 것들 때문에 막상 일선에 가서는 당협위원장들이 소속 당원들 3000~4000명 당원들에게는 열심히 설득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서는 본격적인 설득력을 펴지 못하고 있는 애로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좌충우돌 복지정책 대응과 관련해 야당에서는 ‘예고된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야심과 야욕에서 비롯된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무상급식은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는 어처구니없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3조원이 필요한 4세까지의 영유아 보육에 대한 무상보육은 세금폭탄이 아니고, 서울시에서 부담해야하는 700억원의 초중학교 무상급식 비용은 세금폭탄으로 돌아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소득에 관계없이 국민 누구에게나 무상 보육을 실시하겠다는 한나라당이, 왜 무상급식보다도 재원이 적게 드는 무상급식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저지운동에 나선 것인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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