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전 세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최고 유명 인사를 뽑는다면? 엉뚱하게도 사람 대신 펭귄이 뽑힐 가능성이 매우 클 것 같다. 바로 전 세계 모든 미취학 아동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다시피 한다는 한국의 대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뽀로로>때문. <뽀로로>의 높은 인기는 말 그대로의 ‘글로벌’이다. 투표권을 미취학 아동들로 한정하여 결과를 확인한다면, <뽀로로>를 일컫는 “뽀느님", “뽀통령" 등의 수사가 별다른 과장이 없는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뽀로로>의 위세. 애국의 상징?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사람들은 주저 없이 <뽀로로>를 평창 마스코트로 활용하자고까지 할 정도다. 물론 이는 시장 논리상 불가능하다고 제작사에서 진작에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뽀로로>를 평창의 대표선수로 삼자고 난리다. <뽀로로>가 이미 사기업의 캐릭터를 넘어 국민적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작사 대표도 그렇게 말했다. <뽀로로>는 이미 자신들의 사유재산이 아닌 것 같다고. 당분간 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어디서든 어떤 이유든 <뽀로로>를 옹호하고 응원하게 될 것이다.

   
'뽀롱뽀롱 뽀로로'
 
이토록 자랑스러운 <뽀로로>가 최근 구설에 휘말렸다. 제작사 대표가 한 강연회에서 실언을 하고 방송에 나와 재차 실언을 한 것. 미국의 디즈니사가 <뽀로로>를 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자신들이 거절했노라고 말이다. <뽀로로>의 매각을 축구선수 박지성의 국적 변경으로 비유하면서 자신들이 차마 그럴 수는 없노라 이야기하였다. 이에 국민들은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고 환호를 했다. 온갖 뉴스들이 생산되었고 제작자는 영웅담 같은 내용을 품고 방송사의 공식적인 인터뷰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비즈니스, 허물도 있게 마련

문제는 디즈니가 이에 대해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과 시민들은 거절당한 데 속이 상한 디즈니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추측하고 디즈니를 향해 손가락질했지만 <뽀로로> 제작사의 생각은 그와 조금 달랐나보다. 결국 <뽀로로> 측은 신속한 말 바꾸기로 이 실언에 대한 무마에 나서야 했다. 결론인즉슨, 사실 디즈니는 그런 제안을 한 적 없다고, 제작사 대표가 어느 강연에서 한 이야기가 왜곡되고 과장되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사실, 큰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허물도 어느 정도 나오게 마련이다. 거대한 세계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함께 협력하게 마련이고, 업자의 세상 속에는 신실한 과업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 물론, 시간차 없이 벌어지는 대표의 연이은 실언을 실수로 보기는 조금 애매하지만, 이 정도 실수가 <뽀로로>의 평가절하로 이어지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웬만큼의 과장과 허풍은 애교로 봐줄 수도 있을 만큼 <뽀로로>는 한국산으로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뽀로로>, 권진원의 노래를 표절하였나?

하지만 단순한 성공의 수사(修辭)가 아니라 <뽀로로>가 얻어낸 성과를 나누는 방식에서 허물이 등장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뽀로로>의 성공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주제가의 역할도 작지는 않겠다. 방송이 끝난 뒤, 아이들의 기억을 지배하고 재생산하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주제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뽀로로>가 거둔 성과 속 주제가의 기여에 대해서도 정당한 평가와 나눔이 이루어져야 하고 혹시 잘못된 사용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뽀로로>의 엔딩 주제가에는 몇 년 동안 풀지 못한 표절 의혹의 사연이 담겨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캐릭터 뽀로로(왼쪽), 가수 권진원 씨.
 
<사이좋은 친구>라는 부제로 전 세계의 아동들을 사로잡았던 <뽀로로>의 주제가는 그보다 먼저 발표된 권진원의 히트곡 <해피버스데이투유>를 쏙 빼닮았다. 원곡의 주제동기라 할 수 있는 핵심 소절과의 음악적 구성이 거의 판박이로 닮은 데다가 그 부분이 노래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라랄랄라~’ 같은 의성어가 노랫말의 대부분인지라 이 노래는 어떻게 보면 거의 권진원의 창작물이나 다름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뽀로로>의 제작자는 오랜 시간 동안 권진원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해 왔단다. 언론을 통해서는 <뽀로로>를 만드는 수만 가족을 책임진다고, <뽀로로>는 자신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고 밝힌, 그리하여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게 된 제작자. 정작 자신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을 지도 모르는 힘없는 예술인에 대해서만은 이처럼 모르쇠로 대응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의 책임 있는 대답이 필요한 때

디즈니 설화(舌禍)를 통해 매운 맛을 경험한 <뽀로로> 제작자. 아마도 이를 계기로 자신의 지난날을 반추해보고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성공을 정당하게 함께 나눠야 할 누군가가 소외되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였다가 허물이 쌓이게 되면 나중에 모두가 상처받기 십상이니까.

나날이 멋진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뽀로로>와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자 뿐만은 아닐 터. <뽀로로>를 향한 국민적 기대에 비하면 주제가를 둘러싼 표절 시비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뽀로로>측은 부지런히 문제의 해결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이제 여름의 한복판, 아이들과 함께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도 가야하고 말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여름휴가야말로 가장 시원하고 행복한 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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