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를 지짐”(7월 1~2일 해병 1사단)
“선임병이 보는 앞에서 성행위 경험을 얘기하지 않자 ‘너 고자 아니냐’라며 자위 행위를 강요”
“화염 방사기처럼 에프킬라 뿌리고 라이터로 불 붙이면 후임들은 벽에 매미처럼 붙어 피하기”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가 지난 14일 발표한 해병대 병영 생활 사례 30가지 가운데 일부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역한 해병대 병사들과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기수 열외 및 구타·가혹 행위 이외에도 △간부가 관리해야 하는 소원수리함을 병사가 관리하고  △벌레 먹이기 △대소변 강제로 참게 하기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 지지기 △금품갈취 △소원수리 한 사람 색출하기 △자위행위 강요하기 등 충격적인 인권침해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병대에선 해병대에 관한 은유적 표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해병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표현은 실제로 “해병대는 밤에 맞으면서 교육받는다”는 뜻이며, ‘해병대는 말이 없다’는 말은 “내부 고발하는 해병은 해병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또한 ‘해병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표현은 흔적이 없도록 교묘하게 때린다는 의미이다.

해병대의 일상 병영생활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먹어봐, 먹어봐” 하며 벌레 억지로 먹이는가 하면, 다과류 섭취의 경우 김치 담는 커다란 용기(락앤락)에 담긴 과자나 즉석자장면(짜파게티)을 토할 때까지 억지로 먹이는 일이 횡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낙준(왼쪽) 해병대사령관과 김관진 국방부장관.
@CBS노컷뉴스
 
또한 코를 고는 병사들의 경우 잠을 못자게 하고 욕설과 구타가 이뤄지고, 생리현상 처리의 경우 ‘화장실 다녀와도 좋은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선임병의 허락을 받도록 하기 때문에 변비에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이밖에도 ‘돌려가며 후임 폭행’(돌림빵) ‘담뱃불을 피부에 직접 대고 눌러 태우기’(담배빵) 등의 폭력적인 문화 뿐 아니라 △여자 친구 편지를 모든 선임병에 돌려 읽게 하거나 △선임들이 여자 친구와의 성경험 물어보면 대답해야 하고 △휴가 다녀올 때마다 ‘여친이랑 했냐?’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성희롱 또는 모욕적인 생활이 뿌리깊게 퍼져 있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이번 2사단 총기난사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기수열외’ 현상에 대해 상세한 내용도 공개됐다. 후임병에게도 반발과 욕설, 구타 및 왕따를 당하는 기수열외는 병장들의 회의로 결정되고 상병이 하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병대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로 대상이 되며, 예를 들어 △(해병대의) 악습 철폐를 시도하는 병사 △이른바 ‘고문관’ 병사 △자주 의무실을 왕래하는 병사 △기수열외 당한 장병에게 동정심을 보이거나 말을 거는 병사 등이 결정된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기수열외’된 선임병에게 기수열외 취급을 하는데 동참하지 않는 후임병 역시 기수열외의 대상이 된다.

기수열외 문화에 대해 지휘관은 귀찮다거나 지휘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 병사가 타 부대로 전출돼도 소문이 퍼져 기수열외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일부 언론에서는 800기 후반부터 생겨났다고 했으나 실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던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들의 진술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김 상병에 대한 인권침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며 “국방부는 하루 속히 김 상병에 대한 인권침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야 하며, 해병대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전면적인 인권실태조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3월에 해병대 1사단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권고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은 서면 경고까지 받았지만 해병대사령관은 재발방지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며 “하지만, 사건 발생후 초급장교와 부사관 구속, 연대장과 대대장 보직 해임, 구타가혹행위에 가담한 가해병사 구속 등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태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자국 국방 현안을 돌보는 데 전념하기는커녕 오늘부터 중국을 순방 길에 오르는 무책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김관진 장관과 유낙준 사령관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국회는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즉각 상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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