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버스가 6월11일 저녁 출발한다. 이 버스는 서울 시청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전주 공설운동장 정문, 순천 조은프라자, 수원 화성박물관, 평택 평택역 앞에서 떠난다. 요금은 무료다.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희망만 갖고 타면 된다."

용산 철거민들을 도우면서 '거리의 시인'으로 불린 송경동 시인은 10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일환인 '희망의 버스' 행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인의 눈으로 2011년 한국사회를 바라보니 쌍용차 해고노동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노동자,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재능교육비정규직 노동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유성기업 노동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이 가득 넘쳐나고 있더란다. 그래서 그들을 위로해 줄 희망의 버스를 구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송 시인의 뜻에 공감한 사회 각계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 희망의 버스는 그렇게 시인의 머릿속에서 나와 아름다운 현실이 됐다.

희망의 버스가 달려가는 목적지는 지난 1월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에 항의해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있는 부산 영도, 85호 크레인 앞이다. 행사 당일인 11일은 김 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간 지 무려 157일이 되는 날이다.

홍세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인은 최근 한겨레 칼럼 <희망의 버스 타고 영도에 가자>에서 "실로 지독한 자는 누구인가, 아무리 땀 흘려 일해도 "단 한 개의 황금도 차지할 수 없는 소금꽃나무들인가", 아니면 정리해고한 170명의 연봉을 모두 합친 금액의 세 배에 이르는 174억원의 주식배당금을 나눠 먹은 몇몇 대주주들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소금꽃나무'는 김진숙 씨가 쓴 책 제목으로, 김씨는 아침 조회시간 줄 서 있는 동료 직원들의 등짝에 땀이 마르고 남은 허연 소금기를 보고 소금꽃나무 같다고 표현했었다.

   
▲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를 돕고 있는 송경동 시인
 

송경동 시인은 '왜 시인이 거리로 나섰는가'라는 질문에 "시인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한 두 사람이, 한 두 사업장이 겪는 고통이 아니라 노동자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신문에 연일 나오지 않나. 그들에게 희망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우리 건국신화에는 100일을 참고 견디면 짐승이 사람이 된다는 꿈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1000일, 2000일 싸워도 정규직도 아니고 복직하기조차 힘들다"고 지적했다. 20~30년 씩 회사를 위해 일해도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을 잃어버린다는 건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체의 삶을 다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내쳐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버스가 자긍심과 안전판을 마련해 주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그래도 희망의 버스를 위해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아직 이 사회가 희망이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문정현 신부와 자원봉사자들이 이날 '연대의 밥차'를 운영하기로 했고, 해고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시민들도 음식과 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우 김여진 씨는 일부 행사 진행을 맡았고, 가수 박혜경 씨와 레몬트리공작단, 소설가 공선옥 씨, 사진작가 노순택 한금선 씨, 법륜 스님, 홍세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인,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등 종교·문화예술인과 언론인들도 희망의 버스를 후원하고 있다.

송 시인은 "사람들을 기계로 만들려는 절망스러운 세상이 아니라 보다 나은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 세상을 우리의 힘으로 바꾸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100만 행진'도 준비 중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 파이낸셜센터 앞에 가면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송 시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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