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동아일보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피의사실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동아일보 쪽에 취재원 공개를 요구해 결과가 주목된다. 대한민국과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피의사실 공표 관련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낸 한 전 총리 쪽은 “동아일보 기사에 적시된 한 전 총리 관련 피의사실은 검찰만이 알려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미디어오늘 4월14일자 <한명숙 피의사실, 동아일보는 어떻게 알았나> 참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조원철)의 심리로 속개된 한 전 총리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검찰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이라면 국가 책임으로 언론의 책임을 피할 수 있지만 지금 국가는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동아일보 기자들은 사기분양 피해자 등 검찰 외부 사람들을 취재해서 쓴 기사라고 하는데 취재원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나”라며 “직업 윤리상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고 하지만 취재원 보호를 명시한 법률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동아일보 쪽 변호인은 “당시 검찰이 특별히 브리핑하지는 않았지만 취재 경위야 어떻든 공소제기 후 수사 내용이 보도와 부합하는 만큼 허위보도가 아니고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봐야 하기에 언론이 책임지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어디서 취재했건 나중에 공소제기 됐으니 ‘나는 책임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자, 동아일보 쪽 변호인은 “(취재원의) 실명을 밝힐 수 있는지 추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대해서도 내부 감찰 여부를 물으며 “피의사실 유포가 없었다는 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책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불거진 이 사건은 동아일보가 그달 8일 한 전 총리 신규사건을 보도한 데 이어 9일자 1면 기사 <“한 전 총리, 건설시행사서 9억 받은 혐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한만호(50·수감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국무총리 쪽에 9억여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 고스란히 동아일보 지면에 보도된 것이다.

이 보도 이전 여타 언론사들은 ‘거액’이나 ‘약 10억 원’, ‘10억 원대, ‘10억 원 가까운 돈’, ‘10억 원’으로 보도하는데 그쳤고, 전달 횟수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데 반해 동아일보는 9일자에서 ‘9억 여 원’이라는 전달 금액과 ‘2007년 1∼4월에 한두 차례, 9∼10월에 한두 차례 등 서너 차례’라는 전달 횟수를 적시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로부터 나흘 뒤인 4월 13일에도 단독기사 <“2007년 3, 4, 8월 세 차례 한 전 총리 집 찾아 9억 전달”>에서 “한씨는 또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을 전달한 시점은 2007년 3, 4, 8월 세 차례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 전 총리 쪽은 당시 검찰의 진술서 및 조서를 바탕으로 △검찰 △한 전 대표 △정모 전 경리부장 외에는 금액(9억 원)과 횟수(3차례)를 알 수 없으며, 특히 추후 금액을 정정한데다가 횟수도 진술하지 않은 정 전 부장을 제외하면 검찰과 한 전 대표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4월에도 ‘한 전 총리에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거짓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하면서 얻은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오전 공판을 속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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