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비롯해 보수 언론들은 절대 안전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는 하루 2리터(L)씩 1년 동안 또는 2년 동안 내내 마셔도 아무 이상이 없다거나 기껏해야 1.4회 X선 촬영을 한 정도의 효과 뿐이라고 ‘장담’하는 주장을 내보냈다.

그러나 의료시민단체 등의 의료계에서는 같은 측정 결과를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미 방사선이 검출된 순간 그런 물을 식수로 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지역에는 지난 6일 오후 8시20분부터 7일 오전 3시까지 내린 비에서 방사성 요오드131과 방사성 세슘137, 134가 각각 최대 2.77베크렐(Bq)/l(리터), 0.988Bq/l, 1.0Bq/l 검출됐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각각 0.0445, 0.0094, 0.014m㏜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1m㏜)의 20분의 1에서 110분의 1 수준이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수돗물 뿐 아니라 6일 제주도에서 내린 빗물을 매일 2리터씩 2년간 마셔도 X선 촬영을 1.4회 한 정도의 영향밖에 없는데다가, 수돗물 정수 과정을 통해 그 미량의 방사성 물질도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4월8일자 조선일보 10면
 
중앙일보도 같은 날짜 기사에서 “같은 농도의 물을 2리터씩 1년 동안 먹어도 연간 방사선량은 0.03밀리시버트로 연간 허용량 1밀리시버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문화일보는 7일자 3면 기사에서 이명철(핵의학) 서울대 교수의 말을 빌어 “하루 종일 1년 내내 이런 비를 맞아도 인체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방사능량의 수백만분의 1도 안되는 정도”라고 전했고, 서균렬(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를 인용해 “이번 비는 살갗에 맞아도 상관이 없고 1.5l리터짜리 물병에 빗물을 담아서 1년 내내 마셔도 영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언론들이 제시한 연간 피폭 선량한도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준은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 2006년 제시된 WHO의 식수에 들어있는 방사성물질(방사성 요오드131, 방사성 세슘137‧134)의 권고기준은 물 1리터당 10베크렐로 규정돼있다. 식수 1리터에 10베크렐 이상의 이런 방사성물질이 들어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체내엔 물 외에도 음식물 섭취, 공기 호흡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방사성물질이 들어올 수 있는데, 식수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 방사성물질의 기준치는 모든 경로를 통해 흡수되는 기준치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공기와 음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식수에 들어있는 방사성물질의 한도가 10베크렐이라는 것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기준으로 지난 6일 밤부터 7일 새벽까지 측정된 양을 계산할 경우 방사성요오드131과 세슘137, 세슘134가 각각 최대 2.77베크렐(Bq)/l(리터)과 0.988Bq/l, 1.0Bq/l까지 검출됐으므로, 이는 각각의 기준치 10베크렐의 10분의 1 내지 10분의 3 정도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모두 독립적으로 검출된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합산한 ‘누적노출량’은 거의 5베크렐에 이른다. 결국 이날 최대치로 측정된 방사성물질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고 있는 기준에 절반 가까이 육박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베크렐 단위로 측정된 방사성물질의 수중 농도를 ‘시버트’라는 단위로 환산했다. 시버트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량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그렇게해서 나온 방사선량은 각각 0.0445, 0.0094, 0.014m㏜이다. 이는 일반인 연간 피폭(노출) 선량한도(1m㏜)의 20분의 1에서 1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기술원의 ‘해석’이다. 하지만 여기엔 방사성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는 경로를 고려해 식수의 경우 기준치의 10분의 1을 해줘야 한다는 대목이 빠져있다.

하미나 단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8일 “일반인은 연간 방사선 누적노출량 환산시 1밀리 시버트 이하라는 기준은 맞지만, 방사선의 양은 체내로 들어오는 모든 소스(경로)에 들어있는 양을 다 합쳐야 한다”며 “식수의 경우 10분의 1로 보기 때문에 이번 제주측정소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의 기준치는 1밀리시버트가 아닌 0.1밀리시버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0.1밀리시버트를 기준치로 하면 방사성요오드131은 검출량이 0,445밀리시버트이므로 기준치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고, 세슘137과 134의 경우 각각 기준치의 10분의 1 안팎이 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대로 해도 방사성물질의 검출량이 기준치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많게는 수백명에 해당하는 사람이 평생동안 추가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이 생길 수 있음을 뜻한다”며 “정부가 이를 ‘개인적으로 무시할 수준’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빗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권고기준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엔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준치 보다 통상 10분의 1 정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우석균 보건연합 정책실장(성수의원 전문의‧가정의학과)은 “방사성물질의 허용치가 리터당 10베크렐이라 해도 이는 어른에 맞춰진 것이고, 아이들의 경우 많게는 10~20배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실장은 ‘2리터씩 2년간 먹어도 X레이 방사선 1.4배 쬔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과 ‘1년 내내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에 방사성물질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고도, 과연 이 물을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겠는지 의문”이라며 “빗물은 수돗물이 되고, 수돗물은 방사선을 거르지 못한다. 이를 방목하는 가축이 먹고, 또한 땅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무엇보다 기사를 쓴 기자 자식에게 먹일 자신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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