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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희귀병 전 직원들 “직업병 인정”소송
삼성반도체 희귀병 전 직원들 “직업병 인정”소송
작년 이어 올해도 행정소송…46명 숨지고 질환 제보자 120명 넘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뒤 희귀질환을 앓게 된 전직 직원들이 7일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모임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근무한 뒤 현재 투병 중인 한혜경, 이윤정, 유명화, 이희진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작년 1월 고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 등 6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에 이은 두 번째 집단 소송이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 뇌종양 등 희귀질환을 겪는 삼성전자 전직 직원들 16명의 산재신청을 모두 불승인 내렸다.

반올림은 “피해자들은 모두 고등학교 취업반 때에 삼성전자 반도체, LCD 조립라인에 입사해 기숙사와 공장을 오가며 하루 수천~수만 개의 부품들을 취급한 여성 노동자들”이라며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로 신체 리듬이 파괴되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중금속, 유기용제, 비전리 방사선 등 여러 유해 요인에 노출됐고 이후 희귀질병이 발병한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 반올림, 김칠준 변호사(오른쪽에서 세번째), 한혜경(맨 왼쪽)씨 등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KBS, MBC, SBS, OBS 등 방송사 카메라 기자를 비롯한 수십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최훈길 기자 chamnamu@mediatoday.co.kr
 
이들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대에 각종 질환을 얻게 됐다. 한혜경(33)씨는 지난 1995년 삼성전자 LCD 기흥공장 생산직으로 입사해 6년간 인쇄회로기관 납땜 업무를 했고 2001년 건강악화로 퇴사한 뒤 2005년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윤정(31)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6년간 고온 설비로 반도체칩을 검사하는 일을 했고 2003년 퇴사한 뒤 작년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유명화(29)씨도 지난 2000년 온양공장에 입사하고 이윤정씨와 같은 작업을 하다 2001년 재생분량성빈혈이 발병돼 10년째 투병 중이다. 이희진(27)씨는 지난 2002년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 입사해 LCD 판넬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일을 하다 2008년 다발성 경화증을 판정을 받았다.

반올림은 이번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사례를 환기하고 △깨끗한 산업으로 오해 받고 있는 산업의 유해성과 20~30대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며 △노동자 스스로 질병 원인을 입증하라며 16명째 산재 불승인을 해오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행정을 바꾸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송 관계자들은 심적․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며 산재 승인과 삼성측의 책임을 촉구했다.

유명화씨 아버지 유영종씨는 현재 국내를 비롯한 외국까지 알아봐도 골수이식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전하며 “현재까지 120명이 제보를 했고 이중 46명이 숨졌는데, 삼성은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개인의 질병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윤정씨 남편 정희수씨는 “생산직 여직원들이 나중에 아프더라도 퇴사를 하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죽음만 남는 것 같다”며 “진짜 부탁드린다. 생산직 여직원들이 퇴사한 뒤에도 의료 지원 등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한혜경씨는 뇌종양으로 앓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지금 와서 후회된다”고 몇 번을 말해 기자회견장을 숙연케 했다.

특히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는 “노무사를 사칭해서 저희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며 “‘위로금을 얼마 줄테니까 반올림과 함께 (소송 등을) 하지 말라”고 밝혀, 행정소송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은 회유 등을 밝히기도 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회사는 여러 위험 물질에 대해 중대한 비밀이라며 쉽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질병과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라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며 “사측에 입증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이를 회사가 입증 못할 경우 정부는 산재 승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올림은 지난 3월 초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 SDI, 삼성코닝, 삼성 테크윈은 120건, 하이닉스 반도체는 4건, 아남반도체(현 엠코테크놀로지) 1건이라고 밝혔다. 삼성쪽 제보자 중 현재 46명은 사망했다. 현재 1차 행정소송은 진행 중이며 오는 11일 근로복지공단측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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