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영업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 상인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김정원 부장판사)는 5일 '바른시위문화정착 및 촛불시위피해자법률지원특별위원회(시위피해특위)' 소속 상인 172명이 촛불시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공질서의 안녕과 국민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위 주변의 영업장 손실 등 국민 개개인의 이익 보호를 위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지난 2008년 6월10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촛불을 든 시민으로 가득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재판부는 또 "시위자들의 집시법 위반 행위가 손해배상 책임의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민사상에도 위법이라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집회 및 시위행위로 상인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 역시 입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시위피해특위를 결성해 2008년 당시 피해를 봤다는 광화문 주변 상인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참여연대와 진보연대 등을 비롯해 국가에까지 손배소를 냈다. 이들은 1인당 1500만 원씩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날 판결을 두고 식품안전과 광우병 위험 감시 국민행동(구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논평을 내어 "당연한 결정이며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묻지마 소송에 제동을 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광우병 국민행동은 "집회지역이나 인근지역 상가의 영업상 이익이 집회로 인해 감소했다고 했을 때, 단순한 기대 이익이나 단순한 경제적 기회는 권리로서의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간의 지배적인 학설과 헌법재판소 판례"라며 이번 소송제기 자체가 불순한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년 전 소장을 제출했을 때 242명이던 참가인원이 이번 선고 때 172명으로 무려 70명(29%)이 빠진 데 대해 국민행동은 "애초 소송에 참여한 상인들이 제대로 소송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일단 참여만 하면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일부 변호사들의 부추김에 '묻지마 소송'에 참여했다가 취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까지 소송을 진행 중인 172명 가운데에서도 매출감소 자료가 입증된 상인은 47명(전체 소송인원의 27%)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국민행동은 "다시 말해 손해도 보지 않은 상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매출상의 손해가 확인된 47명 중에서도 3개월(2008년 5∼7월) 동안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0만 원 이상 줄어든 사람은 24명뿐(전체소송인원의 14%)이며 나머지 상인들은 3개월 동안 매출감소 금액이 100만 원 이하로 손해 금액이 크지 않다"며 "이들의 일부는 밤 9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는 점 등 여러 변수들을 고려할 때 통계상으로도 의미 없는 감소를 보인 것으로 판단돼 소송 자체가 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상인이 주장하는 영업 손실 내역의 경우 3개월 간 약 1억 원 대에 이르는 매출액을 올리던 가게가 전년 대비 6840원의 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가 하면, 한 상인은 3개월 동안 3255원, 1개월 기준으로는 약 1000원의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를 들어 광우병 국민행동은 "왜 소송을 했는지 기가 막힌다"고 개탄했다.

100만 원 이상의 재산적 손해를 주장하는 원고들에 대해 국민행동은 "2008년 5월과 6월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우여서 촛불집회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아니라 자체적인 영업상 한계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결국 이번 상인 소송은  손해를 입지 않은 상인들까지 대거 소송에 포함키는 등 상인들의 피해보상을 명분으로 내세워 '헌법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무리한 소송'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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