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으로 뛰어난 뮤지션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20일 창간된 <대중음악 SOUND> 박준흠 편집인이 진단한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다.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인생’ 등으로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은 뒤에야 이들 뮤지션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기사화되는 지금이다.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 편집인은 “능력 있는 뮤지션의 음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와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제기하기 위해 ‘대중음악 SOUND’를 창간했다”고 밝혔다. 그가 직접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의 제안이 매혹적이라면 대중음악과 산업을 움직이는 자본과 정책도 그의 제안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 ‘대중음악 SOUND' 박준흠 편집인이치열 기자 truth710@  
 
<대중음악 SOUND>는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와 ‘도서출판 선’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 전문지’다. <대중음악 SOUND>의 창간은 대중음악을 다루는 매체가 하나둘씩 스러져 결국 대중음악 전문지가 전멸한 상태가 몇 해째 이어져 온 한국 음악계에 들린 간만의 기쁜 소식이었다.

평소 대중음악을 다루는 종이매체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박 편집인은 그가 총감독을 맡은 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을 마치고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창간호 작업에 들어갔다. 기획, 편집 등 총괄책임은 가슴네트워크가 맡되, 디자인과 인쇄는 출판사가 담당하는 공동발행체제를 선택했다.

이는 종이매체로 발간되는 대중음악지에게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1년에 3호씩 2013년까지 10호를 내는 것이 일단 목표다. 음악의 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당연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테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실력파 뮤지션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언더그라운드 시장이 적어도 20~30%는 있었다. 시장 규모가 4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2000년까지 오버그라운드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언더 시장은 2~3%로 축소됐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한국 음악의 위기는 아이돌 팬덤이 줄거나 소비가 줄면서 나타난 오버 시장의 축소를 말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탓할 수도 있으나, 결국 문제는 콘텐츠의 질이다. 그런데 지금 대중음악계는 콘텐츠의 질을 얘기하고 있는가.

많은 매체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아이돌, 대형기획사 관련 콘텐츠는 대중음악의 일부에 불과함에도, 전부가 돼 버렸다. 그동안 다른 음악은 그것과 공평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콘텐츠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대중음악은 비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하다 결국 처참한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어 “한국 대중음악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단 평가받을만한 음악에 대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뛰어난 뮤지션이 맘껏 창작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것인데 그것은 불평만 하고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콘텐츠의 질을 정당하게 평가해 일반인에게 인식시키는 작업, 그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음악 SOUND>가 음악마니아와 음악관계자를 아우르는 매체,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고민 속에서 현실을 바꾸는 대안이 나오는 매체, 관심 있는 이들이 세미나에 참고할 수 있는 매체, 독자가 책장에 하나둘 모아가며 보는 매체가 되길 바란다. 박 편집인은 <대중음악 SOUND>의 콘텐츠는 온라인에는 싣지 않을 생각이다.

온라인 글과 종이매체 글은 기획이나 글쓰기 방식 등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읽는 글은 종이매체가 주는 맛을 느낄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음악 SOUND’는 사서 보거나 적어도 빌려서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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